하우주의 세상살이
형제, 친척보다 더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들이 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꼬맹이일 때,
형편 어려운 우리 집을 늘 도와주셨던,
그리고 딱히 무엇을 하지 않는데도
그저 우리 형제들을 예뻐해 주셨던 이웃분들이 있었다.
이사를 가신 후 언제부턴가 연락이 끊겼다가
얼마 전 우연히 연락이 다시 닿아,
이번 추석에 그분들을 뵈러 가자며,
엄마와 아빠는 꽤나 설레어하시고 들떠 있으셨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옷을 잘 차려입으시고,
들고 갈 선물과 봉투를 준비하시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너무 오래라 인사드리러 갈 곳이 없던 시간이 길었다.
간다는 연락도 미리 하지 않으시고
뜻밖의 손님으로 가자며 근처에 가서 전화를 드렸다.
“형님 보러 왔어요, 집이 어디세요? 주소 알려주세요”
라며 허허 웃는 아버지는 신나신 듯 보였다.
단촐하고 정감 가는 집에 도착하여
엄마와 아주머니는 한참을 손을 꼭 잡고만 계셨다.
이제 여든이 넘으신 어른들을 뵙고,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이라는,
이선희 노래를 들려주던 막내 언니를 만나고,
손님이 올 줄 몰라 준비를 못했다고 하시는데
상다리 부러질 듯 잔치상처럼 한 상 차려주신 점심을 얻어먹고,
고즈넉한 동네를 여기저기 걸어보다가,
외할머니처럼 검은 봉다리에 싸주신 송편, 전, 식혜 등등을 차에 싣고
조만간 꼭 또 오겠다 인사를 했다.
헤어지는 발걸음이 아쉽고 또 아쉬워
부모님은 쉽사리 차에 타지 못하셨고,
등이 굽으신 아주머니와 듬성듬성 치아가 빠진 아저씨도 손을 잡았다, 다시 놓았다, 이제 그만 가라고 하시기를 반복하셨다.
그 시절, 베풀어 주셨던 작은 친절들에
우리 가족들이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지금도 여전히 얼마나 감사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실 거다.
“우리가 뭘 해준 게 있어~~”
하시며 손을 저으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어릴 때 그 표정과 똑같다.
“넌 어릴 때도 이쁘더니 여전히 그 얼굴이 있다~”
라는 언니의 말을 생각해 보면,
예뻐서 예쁜 게 아니라, 예쁘다 생각하니 예쁜 것이고,
마음 따뜻한 그분들은, 우리가 어떤 모습이었어도 예뻐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어떠함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사랑으로 가득하면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기억조차 못하시는 작은 친절들이,
때론 한 사람, 한 가족에게 크나큰 힘이었음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오래오래 남아 기억하고 추억하며,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 친절하게 대하고, 더 사랑하며 살아야 하다는 것을 오랜 인연을 통해 배운다.
반가운 옛 인연 덕분에 참으로 행복한 추석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