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에 앉은 그들은 팔만 내밀면 닿을듯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서로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서로가 보이지 않는 듯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넌 전생에 여왕이었던 게 분명해.’ 남자는 생각했다.
여자는 사람들을 잡아끄는 재주가 있었다.
그녀를 알기는 좀처럼 어려웠으나
그녀를 알은 후로 다시 잊기는
불가능했다.
햇살이 내리깐 남자의 속눈썹 밑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의 긴 손가락은 부드러운 머그컵의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그의 눈길은 컵에 머물렀지만 그는 온몸으로 그녀의 존재를 느꼈다.
그녀는 말수가 없는 편이였지만
그녀의 존재를 듣지 않을 순 없었다.
둘이 함께 보낸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더 오래 알았던 여자들을 지금은 알지 못한다.
바람에서,
찻잔에서,
햇빛에서,
빗소리에서,
살갗에서,
그녀가 보였다.
그녀가 살아있는 한 그는 늘 그녀의 존재를 알 것이다.
어디를 가든
그는 그녀와
같은 하늘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주 희망했다.
그들의 운명이 어딜 향해가든지,
그 여정에 끝에서
다시 그녀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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