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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바 Apr 28. 2022

넌 전생에 여왕이었던 게 분명해.

대각선에 앉은 그들은 팔만 내밀면 닿을듯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서로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서로가 보이지 않는 듯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넌 전생에 여왕이었던 게 분명해.’ 남자는 생각했다.


여자는 사람들을 잡아끄는 재주가 있었다.  


그녀를 알기는 좀처럼 어려웠으나

그녀를 알은 후로 다시 잊기는


불가능했다.


햇살이 내리깐 남자의 속눈썹 밑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의  손가락은 부드러운 머그컵의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그의 눈길은 컵에 머물렀지만 그는 온몸으로 그녀의 존재를 느꼈다.


그녀는 말수가 없는 편이였지만

그녀의 존재를 듣지 않을 순 없었다.


둘이 함께 보낸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더 오래 알았던 여자들을 지금은 알지 못한다.


바람에서,

찻잔에서,

햇빛에서,

빗소리에서,

살갗에서,


그녀가 보였다.


그녀가 살아있는 한 그는 늘 그녀의 존재를 알 것이다.


어디를 가든

그는 그녀와

같은 하늘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주 희망했다.


그들의 운명이 어딜 향해가든지,

그 여정에 끝에서

다시 그녀를 볼 수 있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qbD9TbIX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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