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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Jul 30. 2021

늘 성장에 목마른 10년 차 개발자, 김동현 님

언어 습득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코딩이에요.

 독자분들도 뉴스에서 최근 ‘네카라쿠배’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국내의 유명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톡, 라인, 쿠팡, 배민을 줄인 말인데요. 전공에 상관없이 많은 취준생들이 코딩과 개발에 도전하며 IT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코딩’ 자체에 높아진 관심만큼이나, 컴퓨터의 언어로 어떤 기획 과정을 통해 새로운 환경들이 설계되고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만난 동현 님은 개발자로 교육 프로그램, 채팅 플랫폼, 사진 자동 태깅 프로그램처럼 여러 분야를 넘나드셨습니다. 하지만 여자 친구분을 위한 앱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개발자로서의 기쁨과 만족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개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컴퓨터의 언어로 무엇을 표현할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본인의 만족을 떠나 타인을 향한 것이길 바란다는 개발자 동현 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동현 님을 소개해주세요.

삼십 초 정도 시간을 주세요. (웃음) 현재 개발 10년 차가 된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안드로이드로 먼저 개발을 시작했고요, 지금도 안드로이드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환경들 개발하는 것 모두 관심이 많아요.



처음에 개발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실 전 처음부터 개발 쪽 진로를 생각하진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취미로 댄스동아리를 들어갔었는데, 춤추는 게 재미있어서 무용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의 반대가 있었어요.

춤 말고 제가 좋아하는 게 뭔가를 생각해봤는데, 어릴 때부터 게임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개발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컴퓨터도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니깐 개발을 배워보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컴공과를 가면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개발을 시작할 때,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나요?

아뇨, 꼭 게임은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쓰면서 기쁨을 느끼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예전에 춤을 출 때도, 혼자 추면, (그 동작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지만.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 그래서 사람들이 보고 기뻐해 줄 때 더 큰 기쁨을 느꼈어요.


실제로 개발을 할 때 그런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끼셨나요?

막상 학교를 갔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건 환상이었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개발자의) 모습과는 달리, 검은색 배경에 흰색 글자만 치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다 기쁨을 느낀 순간이 있었어요. 지금의 아내가 된, 당시 여자 친구에게 기념일을 기록하는 앱을 선물로 만들어 주었어요.  저희 아내에게 이날이 우리 기념일이야 라고 알려주려고 만든 앱이었거든요. 그걸 만들고 나서 재미가 있더라고요. 여자 친구가 기뻐해 주니까 ‘와 이게 내가 제대로 만드는 거구나’라는 기쁨이 있더라고요.



그 이후 개발은 어떠셨어요?

취미로 할 때는 실수해도 괜찮지만, 회사의 업으로 할 때는 돈을 받고 결과물을 줘야 하는 거니까 기한은 잡혀 있으니, 부담감이 크더라고요.

제가 첫 회사를 대전에 있는 회사로 갔었는데, 제가 그 팀의 첫 안드로이드 개발자였어요. 그래서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제가 메인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해서 부담이 많았어요.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제가 취업 후 1년 뒤에 결혼했거든요. 가족이 있는데, 저는 신입이어서 연봉이 높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결론은 ‘내가 능력을 키워서 모든 일을 다 해내면 되겠다.’ 였어요. 그때부터 주말이고 밤이고, 취미를 개발로 하고 일로도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을 빼고는 개발에 매진했던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요?

없지 않죠. 처음엔 힘들었는데 적응하고 개발을 취미로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지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어느 정도 했을 때 그 시점이 왔었어요?

제가 결과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보고 인정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저는 노력파라서, 처음이 좀 더뎌요. 근데 그것들이 쌓이면 그다음부터 속도는 빠르게 낼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어떤 프로그램들을 만드셨어요?

첫 회사는 교육 소프트웨어 회사였어요,  부모님이 아이들을 관리하고, 음란물을 못 보게 차단하는, 자녀 보호 설루션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회사에서는 채팅 플랫폼을 만들었고요. 세 번째 회사에선 사진에 태그를 달아서 자동으로 분류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참여했는데 짧은 시간 내에 개발력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짧은 시간 내 어떻게 실력이 많이 늘 수 있었어요?

그 당시 CTO님이 굉장히 자기 코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잘해주셨어요. 오래간만에 배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개발을 할 때 설계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예전에는 ‘나만의 특별한 능력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이 절대 못하는 걸 하면 밥벌이를 할 수 있다!’ 였다면, 그 이후로는 ‘내 코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지 내 코드를 보고 바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로 바뀌었어요. 같이 일하는 환경이니까 그게 중요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주문중계/배달대행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 기존 고객 앱, 배송 파트너 앱 유지보수했었어요. 안드로이드와 iOS 리딩을 제가 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셨네요. 지금은 어떤 회사에 다니세요?

지금 있는 이 회사는 각자(개개인) 정말 전문가적인 마인드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스타트업이에요. 돈은 내가 잘하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하루에 적어도 하나라도 배우거나, 성취한 것이 있어야 해요 그게 제가 개발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아까 개발에서 흥미를 느끼시게 된 계기가 아내분에게 드린 선물이었던 것 같은데, 그 러브스토리가 궁금해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제가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된 건 마음 정리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부모님과 진로에 대한 갈등이 있었어서요. 100만 원만 들고 호주에 오게 되었어요. 운 좋게 한국인 모임에서 만난 분에게 소개를 받아서 백패커에 처음 묵게 되었고, 그때 당시 퍼스에 머물고 있던 아내가 시드니로 여행을 왔었어요. 연락하고 지내다가 한 달 뒤쯤에 사귀게 되었었고 한국에 함께 돌아와서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어요.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세요?

우선순위는 조금 가변적인 것 같아요. 지금은 일이 제일 우선순위인 것 같아요. 하지만 가정을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 순간이 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거예요. 그렇게 하기도 했고요.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계신데 아내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저는 이런 상황을 아내가 이해 못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내는 저의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저를 너무 잘 알아요.  제가 지금 일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하면, 집중할 수 있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줘요.



지금 두 딸의 아버지이시기도 하신데, 일에 집중을 하시면서도 육아를 함께 하셨어요. 그 상황이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아이가 너무 이뻤어요. 분명히 힘들 때도 많았죠. 새벽 4,5시에 아이가 울면 안고 있어야 하고, 너무 졸린데 아이 떨어뜨리면 안 되니까 정신 차리고 있고 하는 게 너무 힘들었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요즘 코딩 교육 열풍이 한창이에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컴퓨터에 영어 문자를 적는다고 해서 코딩이 아니에요, 그런 걸 가르쳐 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삶 속에서 코딩을 가르쳐 주려고 해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서 그 언어를 습득하는 게 코딩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코딩이라고 생각해요.



개발은 평생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완전 동의해요. 지금 알고 있는 지식 또한 완벽하게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평생 공부해야 하고, 기술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걸 배워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전공 개발자분들이 많아졌는데, 어떻게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첫 시작이 어려워요. 그래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언어는 정말 수단밖에 안되니까요.  



동현 님은 어떤 걸 만들고 싶으세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 만들고 싶어요 정해진 게 없이 다 해보고 싶어요. 자세하게 잡으면 개발자 경력의 끝일 것 같아서.. 그렇지만 작은 목표들은 있어요 하루에 한 개는 성취를 해야 되고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할만한 무언가를 해야 해요.


중요한 건, 저에게 서비스는 나를 위한 게 아닌, 사용자를 위한 것이에요.



동현 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에요?

최종 목표는 와이프랑 둘이 일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는 거. 애들도 다 커서 나가고 아내랑 둘이서 사는 것. 늦어도 10년 정도 뒤. 제일 좋은 기억이기도 했고, 결혼하고 나서 신혼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내가 되게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함께 같이 있고 싶어요.



이 인터뷰의 부제를 단다면 무엇이라고 쓰고 싶으신가요?

‘늘 성장에 목마른 개발자’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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