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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Aug 14. 2021

임팩트를 찾아 제주도로, 제주살이 1년 차 김민주 님

그래서 저도 '저런 어른이되어야겠다'라고생각해요.

‘소셜 섹터'에 대해서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명쾌한 정의를 찾아보려 인터넷을 뒤져보았는데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또렷한 의미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로서로 협력하는 조직이라고 합니다. 좀 더 손에 잡히는 단어로는,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비영리 기업, 임팩트 투자 등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존재 목적이나 운영의 기준이 수익성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인 집단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사기업과는 다른 원칙이 통용되는 이 집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김민주 님은 사회혁신 기업인 MYSC 제주 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입니다. 집을 떠나 제주도라는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녀를 통해서 ‘임팩트 비즈니스와' ‘제주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https://youtu.be/yDRBBOyJYEM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현재 제주에서 일하고 있는 26살 김민주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도 서울에서 졸업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 일하면서 지내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네. 제 학부 전공은 스페인어예요. 중남미에 있었을 때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중남미에 해외 취업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서 길이 막히게 되면서 다른 길을 보게 됐어요.



어떤 다른 길을 보셨나요? 

작년에 대학교에서 매주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활동을 했었어요. 인권, 젠더, 환경문제 같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가지고 강연을 듣고 토론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활동이었어요.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힘들었던 활동이었지만, 그 활동을 하면서 ‘이런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중남미 쪽에 취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해외 봉사를 하면서였어요. 그곳에 살고 있는 분들은 저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에게도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소셜 섹터’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됐어요. (소셜 섹터에는) NGO 활동가분들, 대기업의 CSR 사회공헌 활동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금은  중간 지원 조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본사는 서울에 있는데, 제주도 지사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사에서는 해당 지역의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저희가 하는 일은 크게 보면 두 가지예요. 소셜 미션을 가진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일이 있고요, 또 대기업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운영할 경우 저희가 함께 운영하는 일을 합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하는 30개의 입주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일이 있고요. 또 제주 카카오 임팩트 챌린지(카카오 사회 공헌 사업)와 제주 신한 금융에서 하는 사업 등 제주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을 저희 회사에서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회사들을 지원하시나요? 

저희가 소셜 섹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임팩트’에요. 예를 들어 폐기물을 이용해서 가방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이들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사회적 가치를 ‘임팩트’라고 말해요. 단순히 재무적인 이윤만 창출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A라는 일을 통해 플러스로 B, C 등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이런 사회적 가치들을 임팩트라고 표현해요. 저희는 그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지원하는 거예요? 

초기 창업 기업들을 육성하고 멘토링을 통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을 ‘인큐베이팅’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후 성장기 기업들이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더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을 ‘엑셀러레이팅’이라고 하고요. 이런 엑셀러레이팅 사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대기업이나 국가기관에서 많이 해요. 그런데 내부에 엑셀러레이팅 사업 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 같은 기업한테 맡기는 거죠. 그럼 저희는 기업 선발부터, 멘토링, 중간 공유회까지 투입돼서 이 창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절차들을 돕는 거죠. 대기업의 자원과 스타트업의 미션을 연결해주는 거예요. 저희가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요.



그 업의 단계 중 민주 님은 어떤 파트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저는 아직 주니어기 때문에,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기보다 배우고 있는 단계예요.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컨설턴트가 되고 싶단 꿈을 가지고 있어요. 



컨설턴트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해요.  

지금 제주도에서 30개 창업 기업들을 육성하는 사업에 투입되어 있어요. 그 기업들을 담당하시는  컨설턴트님과 함께 일을 하는데, 그분이 멘토링, 컨설팅하는 모습을 직접 옆에서 보고 배우는 과정이  좋았어요. 나의 아이디어와 고민들이 어떤 스타트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스타트업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적인 공헌이 필요한 일과, 기업의 이윤이 상충이 될 때 어떻게 그런 갈등을 풀어 나가시는지 궁금해요.  

저도 딱 면접 때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웃음) 그런데 저희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상충하는 일이나 상황을 경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적으로는) 이윤이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 공헌 사업을 운영하고 사업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희가 스타트업 회사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소셜 미션은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 가치 창출은 부족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조금 더 창출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가지가 다른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시는 거네요.   

네 맞아요.



일에서 얻는 즐거움이나 만족, 배운 것들은 어떤 게 있나요?  

제가 일에서 얻는 가장 큰 만족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오래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나도 회사에 들어가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삶이 우울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요, 저는 지금 직장에 200%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와 어떤 분들이 신지 궁금한데요? 

예를 들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회사에 가면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모두가 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더 고민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도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하시는 일이 아무래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니까, 회사 내부 복지는 어떨까? 이런 궁금증이 생겨요!   

누군가에게 회사에 대해 소개할 일이 생기면, ‘우리 회사는 외부에서도 혁신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만 내부에서도 혁신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회사이다’라고 말하거든요. 조직 문화가 특별해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이고. 저희 회사는 서로를 별명으로 불러요. 처음에는 이게 실제로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가? 하고 의문을 가졌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확실히 대표님, 부대표님과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제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더라고요. 요청드리는 일도 할 수 있고요. 인턴이든, 신입사원이든 대표든 모두가 같은 단계에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거죠. 호칭에 구애받지 않고. 그게 모든 사내 문화의 시작인 것 같아요.


행복추진위원회도 있어요. ‘행추위’(웃음). ‘행추위’는 리프레시 데이를 만들어서 운영한다거나, 사내 생일 파티나 재밌는 영상들을 만들어서 다 같이 웃고 즐길 수 있는 날을 만들기도 하고요. 사내 환경에 업무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요소들을 집어넣고, 이런 것들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재밌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원격 근무 업무도 자유로워요. 그리고 모든 게 자가 결제 시스템이어서, 제가 연차나 반차를 사용하고 싶으면 직접 시스템에 입력만 하면 돼요. 누군가의 결제가 필요 없어요. 



요즘은 인터넷 기사를 보는 것도 힘들 때가 있어요. 사회 문제를 계속 보고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것들이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입사하기 전 시기가, 그런 고민들의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슈들이 많았잖아요. N번방 사건도 있고요. 뉴스 보는 게 힘들고 숨이 턱턱 막히고요. 내가 환경 문제를 위해서 텀블러 쓰고, 일회용품 하나 안 쓰고 이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문제가 아닌 거죠. 젠더 문제도  이게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도, 사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하는 거지?', '내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게 주변 사람들한테도 피곤한 일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아주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게 보이기도 하고, (소셜 섹터에 있다 보니)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를 더 알게 되는 거죠.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직접 보면서 얻는 에너지들이 계속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주도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해요. 제주에서의 삶은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글로벌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일하시는 외국인 분을 알게 됐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주말에 제주도 해녀 체험을 하러 간다’고 하시길래, 저도 따라갔어요. 코로나 때문에 물속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해녀복도 입고 사진도 찍고 했죠. 제주도에서 (살면서) 재밌다고 느끼는 게, 인간관계가 다채로워졌어요. 일로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간관계도 있고요. 한정되었던 인간관계가 다양한 색으로 채워진 느낌이에요.    




스페인어 전공 후 중남미에서 사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중남미에 가게 되신 거예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원래는 저는 계획을 세우고 사는 스타일이었는데, 갑자기 각막이 아파서, 휴학하면서 ‘뭘 하면서 살아야 하지?’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서 ‘과테말라 동문회 장학금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지원하게 됐어요. 과테말라에서 3개월 살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외국에서 살다와서 언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거든요.   그때 기억이 정말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게 돈에 대한 걱정을 전혀 안 했었고(웃음) 일도 안 하고 걱정 없이 지냈어요. 중간에 멕시코 여행을 갔었는데, 멕시코가 너무 좋아서 두 달 살았어요. 멕시코에서 지내면서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멕시코에서 지낼 돈이 없는 상태였어서 일을 알아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여행하다가 알게 된 친구가 자기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 줬고, 학교 선배님들과 좋은 연이 닿아서 장학금도 받게 되면서 멕시코에서 계속 살 수 있었어요. 그때 제가 느꼈던 게 ‘미래를 계획하면서 사는 건 의미가 없구나. 지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였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시면서, 지금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지, 최종 목표가 있으신지요. 

최종 목표는 있어요. 장학 재단을 세우고 싶고, 제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내 인생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책을 쓰려면 내 인생이 재밌으면 되는 거잖아요.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해보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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