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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Jul 16. 2021

모니터 앞 워킹맘이 요가센터장이 되기까지, 김경옥님

미안한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내 몸한테, 내 감정한테

코로나 19가 우리 일상을 덮어버린 지 어느덧 한 해가 넘어갔습니다. 밖에서 타인들과 어울리던 풍경은 어느새 낯설어졌고, 사람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했지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신과 그리고 내면과 대화하는 기회가 생겼고, 자신을 돌보는 어색하고 값진 시간이 늘었습니다. 요가는 기원전 먼 옛날부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여러 소통 창구 중 하나였습니다. 나의 몸이 나에게 건네는 신호, 통증들을 읽어가며 지친 일상 속에서 혹사당했던 나를 돌봐주는 명상과 수련의 행위 이상의 몸짓이지요.


자신을 돌보기 위해 취미로 시작한 요가가 직업이 되기 까지. 오늘 만난 김경옥 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고, 그녀가 그렇게 사회에서 가정에서 무언가로서 쓰여질 동안 그녀의 두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갔습니다. 더 이상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쯤, 그녀는 직장을 나왔고 요가센터를 운영하는 요가 강사라는 또 다른 여정을 걷는 중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시원하게 기지개 한번 켜시고 김경옥 님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https://youtu.be/HQLOx1WBzV4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요가를 가르치고 요가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원래 요가를 전공하셨던 건 아니였는데 어떻게 요가 강사가 되셨나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하는 워킹 맘이었는데요. 30대 후반을 넘어가게 되니까 체력이 감당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인지하지 못하고 매일매일 바쁘게 지냈는데, 어느 날 팔이 안 움직이는 증상들, 목이 안 움직이는 증상들이 생기더라고요. 병원 치료도 받고 한의원 치료도 몇 년 받았는데, 갈 때만 괜찮지 나아지는 건 없었어요. 저희 엄마가 50세 때 돌아가셨는데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40대를 맞게 되면 나도 혹시 (두 아이를 두고...)?’ 이런 생각이 들면서 요가를 알아봤어요. 과격한 운동은 할 수가 없으니까. 

요가를 하면서 상당히 몸이 치유되고 마음의 에너지가 생겼어요. 하루하루 힘들게 집에 가서 애들 밥 먹이고 치우고 잠깐 짬을 내서 요가 센터 가서 한 시간 동안 운동하고 나오면 ‘아 하루를 더 살 수 있겠다.’ 그런 에너지가 생기 더라고요. 그렇게 요가를 취미로 계속 해왔는데 40살이 넘어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요가 센터를 오픈할 생각이 있어서 자격증을 땄던 건 아니고 혹시 모르니까 나중을 위해서 준비를 해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일반 요가 센터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자세라든지 요가를 깊이 배우고 싶어서 자격증을 따 놨어요.


요가앤필의 '김경옥'님


지도자 자격증은 어떻게 따시게 되었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했잖아요. 그러면 뭔가 남겨놔야 마음이 안심이 됐어요. 항상 미래가 불안하잖아요. ‘내가 마흔 넘어서도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따 놓은 거예요. 

그러다 저희 아이가 외국 나가서 공부하는 데를 같이 따라 나가게 됐어요. 갔는데 (거기 계신 분들이) 나한테 요가를 가르쳐달라는 거에요. 강사 자격증만 따 놨지 요가를 가르칠 줄 아나. 영어 공부를 좀 해야겠더라구요. 영어로 요가를 가르쳐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거기서 영어 단어 외우고 이러면서 더듬더듬하면서 요가 클래스를 운영했어요. 있는 동안 계속했어요. 일 년 반, 이년 정도를 계속했어요. 본의 아니게 강사를 하게 된 거예요, 외국에 가서.  


저는 요가가 약간 운명 같아요. 제가 왜 요가 자격증을 땄는지, 왜 그때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고. 외국 가서 어떻게 요가를 가르쳐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프라이빗 하긴 했지만) 수업도 하게 되고. 

요가를 깊이 공부한 것도 있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력서를 냈는데 바로 취업이 돼서 본의 아니게 요가 강사를 쭉 끊이지 않고 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 마흔여섯이 되니까 나이도 있어서 (일반 회사) 취업도 더 어려워지고. 그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요가강사를 계속하게 된 거예요. (센터를 만들게 된 건) 내 요가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요가 강사들이 일할 수 있는 센터는 보통 스포츠 센터의 GX 룸이거든요. 거기 가면 땀나게 해달라고 해요 요가를. 강도 높은 요가가 맞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거든요. 내가 이해하고 있는 요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차리게 됐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지금 요가센터는 몇 년 운영하셨어요?  

3년 째에요.


그러면 지금 안정기 시겠네요!  

(제가) 마케팅 쪽 일을 했었기 때문에 오픈하자마자 안정기였어요. (마케팅 전문가였기 때문에 오픈 전부터 홍보에 신경을 많이 썼었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나름의 초기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 주셨다.)

지금은 마케팅을 안 해도 운영이 되는 상태까지 됐어요. 

(개인적으로) 취미로 요가를 했을 때, 상담을 가면 요가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 ‘몇 개월 하면 얼마 해줄게’, ‘싸게 해 줄게’ 그런 이야기밖에 없고, 어떤 강사님이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게 싫었어요. 저는 상담하면서 돈 이야기하는 게 싫어서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이랑 비교해봤을 때 직장 생활하실 때는 어떠셨어요?  

미친 듯이 일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긴장을 놓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머리를 하러 가면 모든 헤어디자이너가 머리를 감겨 줄 때 이렇게 딱딱한 머리 처음 봤다고 했고, 누가 귀를 만지면 만지기만 해도 아팠어요. 모든 상태가 긴장돼서 딱딱하게 굳어있는데 저만 그걸 인지 못하고, 그냥 이런가 보다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팔이 안 올라갔겠죠. 그때 사진을 보면 어깨가 올라가 있어서 얼굴 표정도 경직돼 있어요. 


센터 운영하면 그런 분들 많이 오시거든요. 직장에서 스트레스받고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숙제처럼 하루를 살아가는데 이 피로감은 사라지지 않고. 그런 분들 보면 마음이 아파요. '나도 옛날에 저랬는데...' 하면서 그분들 오시면 상담할 때 만져드리면서 해요. 보고 있으면 그분들이 긴장하고 있는지 모르는 게 일단 마음이 아파요. 하루 종일 긴장하고 어깨를 들고 있으면 안 피곤할 수가 없죠. 밤에도 긴장이 안 풀리니까 제대로 못 자는 거예요. 불면증 오고 체하고 그런 게 계속 반복되고 면역이 떨어지니까 감기약 달고 살고. 저 또한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저희 센터 오셔서 편하게 몸을 풀고 가시는 게 좋아요. 회원님들 몸 건강해지는 거 얼굴 밝아지는 거 보면서 보람인 것 같아요.


통증에 공감해주시는 마음이 보여요.  

저도 20, 30대를 바삐 지내면서 겪었던 것들이고. 또 우리 계속 일해야 하잖아요. 

저는 용기가 있어서 직장을 관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러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거든요. 그분한테 그다음 날 하루 살아갈 힘, 일주일 살아갈 힘을 드리는 게 너무 좋아요. 피곤이 조금 풀리면 그다음 날 하루가 개운하거든.  제가 대단하게 도움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 피곤을 조금이라도 여기서 덜어내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항상 있어요. 저희(센터) 강사님들도 마찬가지 같은 마음이에요. 강사님들 모두 다 직장 경험이 있거나 원래 체육전공이 아니셨던 분들이에요 공교롭게도.


수업에 온 마음과 열정을 쏟으시는 것 같아요. (팬4는 이 요가센터에서 수업을 들었었다!)

테라피 도구는 몸에 정확히 닿아야지 시원해요. 여기 오신 분들이 1시간 시간 내서 오는 거 쉬운 일 아니잖아요. 집에 가서 자고 싶지. (그래서) 수업 시간 동안 시원한 느낌을 못 받으면 (제가) 미안하고 오셔서 다 풀고 가셨으면 좋겠는 거예요. 테라피 수업 때만은 누구 하나 도구를 잘못 쓰고 있지 않나 싶어서 땀 뻘뻘 흘리면서 수업해요. 테라피 수업이 제일 어려워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수업이고. 필라테스나 요가 클래스는 재밌어요. 제가 운동하려고 막 하거든요.


'감각운동기억상실증'이라는 말이 있어요. 스스로 너무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완된 상태를 까먹은 거예요. (자신이) 어깨를 들고 있는지 몰라요. 긴장을 풀어줘서 완전히 이완된 상태를 뇌한테 다시 가르쳐주는 거예요. 

'너 이렇게 긴장 안 하고 있어도 괜찮아.', '너 이렇게 평소에도 편하게 있어도 괜찮아.' 감각을 다시 알려주는 거예요.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긴장을) 놓을 수 있게. 


그런데 요가하면서 그런 생각 들지 않아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 몸을 혹사시키나.’ 제가 요가 센터 처음 갔을 때 일주일 동안 한의원에 다녔어요. 요가 하루 가고요. 너무 긴장하고 요가를 하는 바람에 경추 쪽 근육이 긴장해서 목 근육 풀어주느라..(웃음)


그렇게 고통스러운데도 요가를 하게 되는 매력이 뭘까요?  

아파서 했어요. 도수치료나 추나를 받아도 그때만 잠깐 시원하고 개선이 안되니까. 우리가 공부할 때도 시험문제 나온다 하면 달달 외워서 시험을 봐서 잘 보지만, 성적이 올라가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몸을 바꿀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아침에 출근하고, 회사 가서 일하면서도 아이들 챙기고 퇴근 후 집에 가면 아이들 밥 주고, 치우면서 바쁘게 보내다 보니까 하루 동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 몸 어디가 불편한지 나랑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요. 


나랑 나 자신 간에 정작 소통을 안 하잖아요. 요가하는 시간은 자세도 안되고 할 때 너무 아프긴 한데 '네가 거기가 그렇게 타이트했니', '거기가 그렇게 아팠니. 나는 몰랐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와 평생 같이 살아가는 건 내 몸이잖아요 내 몸이 따라가 줘야 움직일 수 있는 건데 미안한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내 몸한테, 내 감정한테.


아무래도 (요가를 하면서) 좀 더 스스로를 돌보게 되네요.  

맞아요. 내가 직장 생활을 마흔셋까지 했으니까. ‘40대까지 이렇게 열심히 살았으니 40대 이후에는 좀 건강하게 살아도 되지 않겠어?’ 나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직장을 관두게 됐고, 요가 강사를 계획하고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저랑 인연이 되는 일이다 보니 ‘힘들게 지내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 하는 메시지 같기도 해요. 요가강사 하면서 많이 느끼는 거예요.


삶이라는 게 직장 다닐 때는 승진하고 적금 붓고 삶이 계획하는 대로 되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이게 마흔이 넘어가고 나니까 내가 정할 수 있는 범위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요. 큰 것들은 정해진 대로 가는 것 같고. (대신에)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좋은 길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길이 하나만 있다는 것도 아니고.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정해져 있는 길은 어차피 정해져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좋은 걸 선택해서 가는 거죠. 항상 나한테 집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직업을 바꾸실 때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요가 강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그만둔 건 아니었고, 회사를 관둔 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어요. 일이 힘든 것보다 직장생활 오래 하다 보면 회사에서 위치가 생기잖아요. 그 윗단계에서는 인간관계거든요. 인간관계는 극복이 안되더라고.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고 부풀어 오를 정도로 몸에서 ‘더 이상 아니야. 못 버티겠어.’ 하는데 아이들 키우고 대출도 갚아야 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싫어도 감당하고 갔던 것 같은데, 몸에서 반응을 하더라고요. 경제적인 것 때문에 그만두기가 쉽지 않죠. 늘 맞벌이로 살았기 때문에. 근데 그만두고 보니까 쓸데없는 지출이 많더라고요.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 몰랐던 거예요. 아이들 공부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대출 연장하고 집도 작은 곳으로 옮기고 조정하니까 또 살아질 만하더라고요. 돈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지 않나? 삶이 즐거워야 하고. 돈은 아끼면서 잘 살 수도 있는데.


지도자로서 자기 계발하시는 부분은요?  

저도 그랬지만, 요가 강사가 되면 자세 연습하는 거에 정신이 없어요. 

요가 자세가 안 나오면 별로 배우고 싶지 않잖아요? 아사나(동작) 이름 외우고 시퀀스 짜고 프로그램 짜고 하는데 전념하게돼요. 그리고 (회원들에게) 계속 쉬운 것만 가르치면 안 되고, 수준별로 난이도 있는 아사나에 도전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요가 동작을 꼭 어렵게 해야지만 만족감을 얻는 것도 아니고. 쉬운 자세지만 집중해서 하면 그게 훨씬 더효과가 있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어려운 요가 자세를 배우러 오시는 게 아니고 내 몸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요가하고 싶어서 오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깊이가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요가 아사나라는 건 표면적인 거고, 요가 역사가 오천 년이 넘잖아요. 깊은 철학이거든요. (저도) 책 읽고 공부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전공이 요가나 체육도 아니고 몸을 썼던 사람도 아닌 제가 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요가를 수련하면서 스스로 몸을 치유하고 바꿔나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저처럼 몸이 안 좋은 일반 사람들에게 근육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요가 아사나와 도구 사용하는 걸 접목해서 어떻게 몸을 바꿔나가는지 가르치는 거예요. 그런데 깊은 요가의 정신이라든지, 한마디라도 건넸을 때 깊이감이 있으면 훨씬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가 부족해서 그런 얘기를 못하고 있는 게 창피하고 한심했었어요. 고민을 좀 하다가 스스로 깊어져야겠다 싶어서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정말 계속 발전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시네요. 

이것도 자영업이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는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내가 이 돈을 투자해서 (공부를) 해야 하나 했는데, 처음 요가를 배울 때도 내가 이때 아니면 안 하겠다 싶어서 했고, 자격증도 이때 아니면 못 따겠다 싶어서 직장 그만두자마자 땄어요. 요가 센터도 차릴 때 주변에서 반대가 좀 있었거든요. 그때 요가 강사 경력이 3년밖에 안됐던 때였고 남편도 반대하는데, 그냥 차렸어요. 

(공부하는 것도)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해서 올해는 안정을 찾고, 내년부터 배우자.’ 이러면, 제 나이가 마흔여덟이잖아요. ‘오십 넘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면 더 못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에서 제가 느꼈을 때 바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했어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셨네요. 

요가는 신이 내 마음 안에 있다고 하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고. 훨씬 더 훌륭하고 신성한 신이 내 안에 있는데 못 찾을 뿐이에요. 욕심이 있거나 이념, 고집, 편견이 있으면 내 소리를 제대로 못 들어요. 왜곡해서 들으니까. 

요가가 그래서 계속 버리는 과정이에요. 내 집착을 버리는 과정, 감정도 버리는 과정. 그 훈련을 계속하면서 점점 사람이 변하는 것 같아요. 요가 깊게 하시는 분들 보면 성인 같잖아요. 도인 같기도 하고.


그 모든 일을 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요? 

아직 너무 부족해요. 요가에 대한 이야기를 일반 사람들한테 더 많이 하고 싶어요. 내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요가 있잖아요. 많이 전달하고 싶은데. 블로그 쓰는 게 어려워요. 에너지는 관리가 중요해요. 저는 낮에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개인 수련하거나 책 읽다가 나와요.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급하게 시간 맞춰서 센터에 가면 에너지가 안 나와요. (에너지가 안 나오면) 강의를 어떻게 이끌겠어요. 컨디션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운동할 때도 한 개만 더 하자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데 못하겠다고 포기하기도 하잖아요. 경옥님은 정신과 육체 중 어느 것을 더 우위에 두시나요?  

서른다섯까지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일 못하면 함부로 대했어요.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뭔가 하려고 하면 다 할 수 있고,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정신이 지배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몸이라는 게, 우리가 옛날에 살면 얼마나 살았어요. 사실은 그게 노화로 진행되는 거거든요. 에너지가 그만큼 안 나와요. 둘째 낳고 나서 사십 대 중반 넘어서부터는 너무 힘들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경락을 받거나 한의원에서 치료받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요. 

나이가 들어가면 본인 몸을 관리해야 해요. 정신이 계속 갈 것 같죠? 몸이 안 좋으면 정신도 다운돼요. 같이 가는 거예요. 반대로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면 정신도 끌고 가요. 진짜로.


맞아요. 30대가 되니까 주변에서 ‘아파서, 살려고 운동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와요.  

쉽게 생각하면 우리 다 직장에서 컴퓨터 보고 목 빼고 승모 쪽에 계속 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일하거든요. 그러면 몸에서 머리로 혈액이 왔다 갔다 하는 통로가 타이트하게 점점 더 조여질 수밖에 없죠.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안돼요. 우리가 인지 하지는 못하지만 (내 몸 안에서) 많은 소통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데, 그 통로들을 차단해버리는 거지. 마찬가지로, 앉아서 일하니까 고관절이 닫혀요. 우리 몸통이랑 하체랑 순환을 서혜부(아랫배와 접힌 넓적다리 주변) 쪽에서 하거든요. 거기가 막히면서 또 순환이 잘 안되고.


센터 운영하시면서 대학원도 진학하시고 아이들도 키우시고, 엄청 부지런하세요!  

작년에 쉬면서 평생교육자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코로나로 2월부터 힘들었잖아요. 센터 문 닫고 있을 때  ‘뭐라도 해야겠다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생교육자 자격증 취득을 신청했어요. 저는 자격증 취득하고 그러는 게 어렵지 않아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해서 점수, 자격증 이런 게 편해요.

 ‘노느니 뭐해. 따야지’ 이런 식이에요. 습성이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요가한다고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 (욕심을) 버리질 못해.(웃음)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이 있나요?  

저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어요.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는 걸 좋아해서 직업도 열 번 정도 바꿨어요. 일이 어느 정도 숙지가 되면 흥미가 좀 떨어지더라고요. 마침 그때마다 이직의 기회들이 있어서 다양한 일들을 했었죠.

그런데 요가는 질릴 수가 없어요. 요가의 세계가 너무 깊어서 절대 질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10년, 20년 해도 10%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가르치는 게 좋고. 직장 생활하는 분들, 살림하면서 아이 키우는 분들 와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건강 되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게 만족스러워요.

만약 앞으로 또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아마 그것도 요가랑 관련된 일 일거예요. 

그러면 그때 가서 그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계획은 딱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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