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은 고맙게도 나에게 가지 말라고, 갔다가 다시 오라고 아쉬움을 표현하지만, 가야 함을 알기에 애써 담담해지려고 한다. 그래도 그동안 큰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어서, 그리고 마음속으로 품고만 있었던 작은 소망을 이룬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건 한국보다 몇 배가 더 외롭고 혹독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지만, 서로 마주치면 나오는 예쁜 미소와 나를 향한 작은 배려들, 간단한 일들도 정중하게 부탁하는 표현들, 별일 아닌데도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이러한 소소한 부분들이 나의 1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소감을 짧게 적어 보자면 누군가에게는 어학 실력을 높이고, 누군가에게는 사회 경험을 쌓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즐긴다면 나에게는 불안했던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더욱 믿는 법을 경험했고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에게 위로를 받았다며 고마워하는 사람들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던 12개월이었다.
도착 후_
사실 비행기를 타기 바로 전날까지 일하게 되어 그날 늦은 밤까지 정신없이 귀국 준비를 하는 바람에 1년의 생활을 사색하지 못한 채 집으로 왔다. 아마 그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아쉬움과 걱정을 하면서 지냈을 생각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랫동안 꿈을 꾼 것만 같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내가 살다가 온 게 맞나 싶을 만큼 점점 아련해지고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다가오는 현실에 막막해진다. 그동안 가졌던 짐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직업을 떠나 그때 알게 된 나라는 사람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앞으로의 일들을 준비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