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와, 무료 트램,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멜버른에서 특별히 나에게 새롭게 와닿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실례할 때 먼저 사과하고 마주치면 인사하고 미소 짓는 것이었다. 물론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처음엔 무척 어색했는데 점차 내 기분도 좋아지는 걸 느꼈다. 그동안 나는 마주치기만 하면 왜 그렇게 눈길을 피했을까.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일 또한 무척 새로웠다. 항상 알던 사람들만 만나고 연락한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처음엔 엄청난 도전이었다.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했고 더 알아가려고 노력해야 했던 부분들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 노력이 조금씩 통한다는 게 신기했다.
한정된 금액을 가지고 지내다 보니 영어실력이 좋고 여유자금이 많을수록 편하겠다고 느꼈지만 짧은 영어에도 작은 행동에도 얼마든지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것도 느꼈다. 넉넉하지 않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햇살 좋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너무 위축하지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