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를 출발해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Timmins에 막 도착하고 있었다.
바람도 잔잔하고 해가 갓 지기 시작한 파란 하늘은 빨간 노을빛이 섞여 아름다운 저녁하늘을 만들어 냈다.
비행기는 바람한점 없는 하늘을 부드럽게 타고 내려갔고, 내가 비행하는 차례라 (Pilot Flying) 스피드와 고도를 모니터하고 있었다.
터뷸런스 하나 없이 런웨이가 근처까지 하강을 하고, 오토파일럿을 disengage한뒤 플레어 준비를 한다.
비행기가 50, 40, 30 피트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찰나, 나와 캡틴이 동시에 외쳤다.
"Bird!"
캐나다 구스(기러기)떼가 가로로 줄을 지어 우리 비행기로 날아 올라오고 있었다. 약 15-16마리정도 되보이는 꽤 크기가 있는 새떼였다.
새들은 비행기를 보고 양옆으로 도망치는데, 비행기 nose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한마리 박았구나..! 생각하는 찰나, 비행기는 이미 지면에 가까워 플레어를 해야한다.
고어라운드 해야할까 고민하는 순간, 캡틴이 외친다. "Continue"
새들이 아직 엔진 근처에 있다. 고어라운드를 하면 아마 엔진에 들어갈것 같다.
다행히 비행기는 랜딩을 잘 마쳤고, 게이트까지 택시를 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도착뒤 캡틴이 밖에 나가 점검을 해 보니, Landing gear door가 2-3센티미터 정도 찢어지고 레이더 돔이 살짝 찌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데려온 비행기는 이 작은 동네에서 Grounded 되어 버렸다.
비행기가 베이스에서 고장나면 수리를 바로 할 수 있으니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곳은 회사 정비사가 한명도 없는곳이다.
내가 고장낸 이 비행기로 다음날 아침 일찍 돌아갔어야 했는데 그럴수 없게 되었고, 다음 비행기는 다음날 저녁이 되어야 도착한다. 일단 늦은 시간에 도착을 했으니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며 호텔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회사는 다른 항공사의 저녁 비행기를 예매해 두었단다. 아침에 우리 회사의 비행이 캔슬이 되버려서 표들이 다들 매진이다.
게다가 아뿔싸. 이 항공사는 오늘 큰 시스템 오류가나서 비행기들이 5-6시간씩 딜레이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저녁 7시로 예정되었던 비행기는 자정이 넘도록 오질 않아서, 오후 내내 공항에서 대기 후 또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
할것이라고는 호텔 근처 월마트 쇼핑밖에 없는 이 작은 동네에서 자그마치 3일째 되는 아침이다.
드디어 아침비행기를 타고 탈출해 토론토로 돌아올수 있었다.
삼일간 갖혀있던게 너무 지겨워 한동안은 이동네로 비행하는걸 피했다. 이제 슬슬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는걸 보니 돌아갈때가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