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랑 Nov 04. 2021

경상도 사투리의 위엄!-동남 방언의 중세 국어적 특징

한국어 수업 #2


경상도 사람에게는 전혀 어려울 것 없는 퀴즈 하나


- 밥 뭈(나/노)?

- 어떤 거 뭈(나/노)?


여기서 올바른 -나, -노의 쓰임은? 정답은 ‘밥 묵었나’, ‘어떤 거 묵었노’(와우)

동남 방언에서는 의문문의 종류에 따라 종결 어미가 달라지는데, 의문문의 종류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면


1. 판정 의문문 : Yes or No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 (밥 먹었니? 응)

2. 설명 의문문 : Yes or No로 답변할 수 없는 질문, 답변으로 ‘설명’해줘야 하는 질문 (뭐 먹었니? 김치찌개)

3. 수사 의문문 : 수사적으로만 질문인 것, 설의법 (너 자꾸 지각 할래? = 지각 하지마)


서울말에서는 질문의 종류와 상관 없이 모두 -니?로 끝나지만, 경상도에서는 판정 의문문일 때는 ‘-나’를, 설명 의문문일 때는 ‘-노’를 써야 한다. 물론 갱상도 네이티브들은 이걸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냥 자연스레 구분을 하는데, 비-경상도인이 이것도 모른 채 아무 때나 ‘-노’만 붙여서 이야기 하면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욕을 먹는 것이다(ex. 일베).


그래서 경상도에서는 종결 어미를 바꾸면 질문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가령,


Q. 어데 가‘나’? (어디 나가니?) - 판정 의문문

A. 응. / 아니, 안 나가는데


Q. 어데 가‘노’? (어디로 가니?) - 설명 의문문

A. 도서관 간다.

(갱상도 네이티브들은 알겠지만 이 두 질문의 억양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게 ‘중세 한국어’의 특징이라는 것. ‘중세 한국어’에서도 의문문의 종류에 따라 종결 어미를 구분하여 썼다.


- 이 따리 너희 죵가(이 딸이 너희 종인가?) 판정의문문에서는 ‘-가’를

- 이 엇던 광명고(이 어떤 광명인가?) : 설명의문문에서는 ‘-고’를 사용한다. 즉, 중세 국어의 종결 어미 '-가'가 '-나'로, '-고'가 '-노'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 말고도 더 있는데, 더 따지면 너무 복잡하니까 그냥 패스-)


동남 방언은 아직까지 ‘덜 중앙화’된 언어로서, ‘중세 한국어’의 특징이 선연하게 남아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현대 표준어에서는 장단음 구분으로 수렴되어(사실 이제는 장단음 구분조차 거의 무의미해졌지만) 의사 소통 과정에서는 거의 유의미하지 않은 ‘성조’ 역시 경상도에서는 의사소통의 요소로 사용된다. 그래서 경상도는 “가가 가가?”, “가가 가다”라는 식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다. -,.- 고려 때의 언어적 특징이 여직 남아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한 일이니 ...


그러니 경상도 학생들이여, 자네들에겐 ‘중세 한국인’의 영혼이 담겨 있으니 중세 국어를 배울 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지어다 ...

이전 14화 '할 수록'은 제발 붙여 쓰세요! - 띄어쓰기의 대원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