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평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김장 축제'라는 이름이 참 정직하다고요. 화려한 수식어 없이, 그저 김장을 담그러 가는 축제. 그 소박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축제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이었습니다. 해발 700미터 고원에서 자란 배추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모습은,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시원한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 잎들이 살랑거리는 게 마치 바다 같았습니다.
"여기 배추는 일교차가 커서 달아요."
옆에서 체험을 도와주시던 할머니가 말씀하셨죠. 그 순간 손에 쥔 배추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 배추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겪었을 뜨거운 낮과 차가운 밤. 그 시간들이 아삭함과 단맛으로 쌓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는 시간. 손이 시리도록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옆에서 김장하는 가족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코디언 소리.
"작년에도 왔었는데, 우리 애가 너무 좋아해서 또 왔어요."
옆 자리 엄마가 건넨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 것 같았어요. 이곳의 매력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그 시간 자체에 있다는 걸요.
작년엔 몰라서 당일 가서 대기했는데, 올해는 미리 예약하려고 합니다. 보통 9월쯤 홈페이지에 공지가 뜨더라고요. 김장 체험은 인원 제한이 있어서 일찍 마감되는 편이에요.
아, 그리고 옷은 편한 걸로 입고 가세요. 저는 멋부리고 갔다가 양념 묻어서 좀 당황했거든요. 앞치마는 나눠주시긴 하는데, 혹시 모르니 여벌 옷 챙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완성된 김치는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는데, 아이스박스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저희는 그냥 담요로 꽁꽁 싸서 왔는데,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잘 버텨주더라고요.
평창에서 돌아오는 길, 트렁크에는 직접 담근 김치가, 손에는 배추 흙이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는 다음 가을을 기다리는 설렘이 생겼어요.
도시에서는 김장이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이 되어가지만, 평창에서만큼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립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올해 10월, 평창 고랭지 김장 축제가 다시 열립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지면, 평창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