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이 났었다
양볼이 붉그스럼해지고
눈에서는 분노가 치밀러 올랐는데
너를 눈 앞에서 본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여러 차례 마음속으로 끓여 낸 앓이가
너를 맞닥뜨린 순간 아무 일도 없었듯
탁 하니 풀려보린데 못내 어이가 없어
다시 화를 내려 인상을 써보았다
그런데 네가 나를 향해 웃으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와 내 어깨를 너의 품 안에
너의 손바닥이 내 등을 감싸 안고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포개어졌다
씩씩 거리며 투정 섞인 말을 토해내도
너는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담쓰담 거리면서
우쭈쭈 하는 모습에 또 화가 목까지 차오르다가
롤러코스터 타듯 내려가버렸다
지기 싫은 내가 너에게 져 줄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이 더 필요한지 우리라는 관계를
얼마나 더 이해가 필요하고 설명해야 하는지
그런 마음을 접어두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