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력
"안녕하세요, 안암 대표 장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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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안암 사장님이셔, 미슐랭.-
"대단하세요."
"운이 좋았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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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미팅, 그리고 어떤 단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대화의 시작에서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소릴 듣곤 한다.
그럴 때 누군가 내 상처를 만지듯 까슬거리는 느낌이 드는 건,
그저 내가 겸손해야 한다는 가식 때문인가,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어떤 겸양이 나를 우쭐거리지 않게 만드는가.
곰곰이 들여다본다.
가만히 헤아려본다.
나의 손을 놓고 나간 직원들 중, 내 탓을 하지 않은 직원이 있었나.
나의 그릇이 담지 못해 흘러 나간 수많은 직원들,
나는 그저 그들을 담지 못한 작은 그릇으로 존재한다.
나의 충분치 못한 능력이 담아내지 못한 사람들이 흘러간다.
나는 그 과정을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이라
내가 그들의 인사말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나의 보람이던 그들과, 나의 자부심이던 사람들. 그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내 꿈을
가득 채우기 위해 성장해야 하고, 그 강박에 헤아리던 날들의 조급함
차마 흘려보내지 못해 끓어 넘쳐버린 내 감정에 데어
아득히 나를 보던 사람들에게 상처 입혔던 순간들
그 작은 그릇의 너머로, 내 작디작은 능력만큼이나 흘려보내야 했던 사람들.
나의 그릇에 담기 위해, 나는 그릇을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은 그릇에 애써 담담하려 노력한다.
대단하단 말보다 더 자주 듣는
"그만두겠습니다."는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시절인연이라는 생각을 넘어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의 손을 놓고 나간 직원들 중, 내 탓을 하지 않은 직원이 있었나.
내가 손을 놓았던 사장들 중, 내가 탓하지 않은 선배가 있었나.
내 능력이 부족해 떠나간 사람들을 헤아리다
그 능력에 담긴 사람들이 부족해 보이지 않기 위한 발버둥을 생각한다.
떠나간 사람들 때문에 내 그릇이 작아 보이면
그 그릇에 남아 날 믿는 사람들은 무엇이 되는가.
나의 능력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쓰임이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 끝에 쌓아 나갈 능력들은
내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내 능력밖의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라는 집단은, 내 상처를 딛고 성장한다.
나는 또 그 과정에서 안암이 진보할 거라 믿고,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식적인 근로계약서를 쓰기 위해 노력했듯
우리의 4일 근무가 직원들의 미래를 더 창의적으로 밝혀줄 거라 믿는다.
나는 그 몫을 버티기 위해, 또 성장해 내야 하고.
이젠 그들의 인사말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내 능력이 지켜내야 할 것들이 소중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