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내가 불리는 호칭은 다양하다. 한 축은 언니, 이모, 아줌마, 저 기요다. 다른 한 축은 주사님, 사서님, 쌤, 선생님, 팀장님, 관장님, 원장님이다. 예전에는 언니, 아줌마라고 부르면 미간에 살포시 주름이 잡히고, 저기요!라고 부르면 못 들은 척해버릴까 3초 고민할 때도 있었다. 오래 일하다 보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상대방도 난감하겠구나 싶어 그냥 편하게 응한다.
가장 어색한 호칭은 사서님이다. 의사를 의사님이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나의 일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불러준다는 걸 알기에 감사하지만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게 사실이다. 가장 편한 것은 선생 또는 선생님이다. 나도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 가장 편하다. 호칭이 다양하다 보니 누군가 나를 부르는 때 사용하는 호칭으로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관장으로 불리는 경우는 더욱 명확하다. "관장 나와! 관장 바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황을 알고 맞닥뜨리면 그나마 여유가 생기지만 무턱대고 마주하면 적이 당황스럽다.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좋은데 대체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화를 고스란히 들어주고 기다린다. 그러면 어느 순간 전화가 끊겨있기도 하고, 내 앞에서 겸연쩍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원과 손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날에는 더욱 긴장되고 진이 빠진다. 한 번은 직원들한테 '미안하지만 자리 좀 비켜달라'라고 부탁한 후에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화난 손님을 달랜 적도 있다.
오늘 낮에 “관장님^^ 감사합니다. 강사료 잘 받았습니다. 강사 OOO 드림”이라는 문자를 받고 놀라워서 나의 호칭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선생 하나면 족할 호칭이 자리가 바뀌었다고 호칭도 달라지는 게 아직은 적응이 안 된다. 호칭도 호칭이지만 그동안 숱하게 진행했던 강의 중에 강사료를 잘 받았다고 연락 주는 사람은 또 처음인지라 신선했다. 내 돈으로 강사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사적인 의도로 강의를 기획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 적은 강사료에 죄송한 마음이 컸고, 실제로 강사들의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준 그분의 인사에 감동한 것도 사실이다. 나도 가끔 강의를 나가지만 입금 후에 감사 문자를 보낼 생각은 애초에 머릿속 회로에 들어있지 않았다. 입금이 되는지 출금이 되는지도 모르게 사는 나의 게으름 탓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에 굳이 토를 달지 않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게 얼마나 될까. 특히나 호의에 관해서는. 오늘 받은 문자 한 통 덕분에 내가 호칭 부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더불어 좋은 일에도 관장이라고 불리는 일이 늘어났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사람들의 칭찬에도, 호통에도 더욱 의연하고 너그러워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