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 도서관장 Oct 30. 2022

이상한 동네 작가들


“네? 또요?” 동네 작가들이 또 강연 선물을 내놓았다. 내가 사는 곳은 작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알면 알수록 초대형 그물망이다. 동네 도서관에서 동네 사람들 만나는 일을 보람으로 여기는 작가들이 다시 한번 작당 모의를 했다.   

   

이번 선물은 글쓰기가 고민인 사람들을 위한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다섯 명의 작가들이 진행하는 연속 강의다. 동네 사람들 엉덩이 힘 키우는 게 목적은 아니겠지?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되는 강의에 혹시나 참여자가 적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5강을 다 듣는 사람에게는 작가들의 책을 한 권씩 선물한다는 홍보 문구를 작게 써넣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접수 첫날 100명이 신청을 하더니 강의 당일에는 120명이 넘게 왔다.      


강의실은 글쓰기 부흥회 장소로 변신했다. 강의하는 시민도 신나고, 질문하는 시민도 신이 났다. 아뿔싸! 완주자가 56명이 나왔다. 예산도 없이 공약을 내걸었던 나는 울며 웃으며 지갑을 열어야 했다. 딱하게 여긴 동네 작가 한 분이 당신 책을 보태주셔서 적자를 최소화했다. 이날 동네 신문 기자가 뽑은 기사의 타이틀은 ‘적자! 생존!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였다.      


글쓰기 부흥회가 끝나고 얼마 뒤 이번에는 과학 저술가들이 총출동했다. 강의 주제는 <9명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교양과학 TED>.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세상 뭐든 물리, 위험한 화학물질 – 진실과 오해,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하리하라의 눈 이야기, 친애하는 물고기에게 물고기 올림, 실패를 먹고 자라는 과학, 과학적 진리란 무엇인가?, 갈릴레오 갈릴레이-새로운 우주 체계의 대화, 모든 시민이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순서로 강의를 준비했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은 강의가 없으니 이번에 연속 강의다!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9명의 동네 작가들이 30분씩 시민들을 만나는 테드 형식으로 가보기로 했다. 신청자가 몰릴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생각을 좀 바꿔보았다. 

    

강의하는 시민들이 강연 선물을 하니 질문하는 시민들에게도 선물을 받아보면 어떨까? 포트락 점심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강의 들으러 오는 날 먹거리 하나씩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귤 한 봉지, 사과 한 알도 좋다고 했다. 하루 종일 강의가 진행되니 점심에는 서로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자고 했다. 강연은 인기리에 접수가 마감되었다. 순식간에 138명이 신청했다.          


  강의 당일 사람들이 정말 먹거리를 가져올지, 얼마나 가져올지 궁금했다. 한 사람, 두 사람 강의실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선물을 꺼내놓았다. 주고받는 서로의 입이 귀에 걸렸다. 시간이 지나자 테이블 위로 음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종류도 색깔도 제각각이었다. 강의가 시작되자 138인분의 음식을 배분하느라 직원들 손이 분주해졌다. 세팅을 해놓고 나니 진풍경 따로 없다.  

   

“와우!” 점심시간이 되어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본 듯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셔터 소리가 동시다발로 들렸다. 동네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어울린 그야말로 유쾌한 지식 축제의 현장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 동네 작가들은 뒤풀이 장소에서 서로의 강의를 합평했다. 재능 기부 강의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고 자라고 사는 곳을 챙긴다. 우리 동네 작가들은 당신들이 힘들게 쌓은 지식을 동네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방식으로 동네를 챙긴다. 그것도 도서관을 통해서. 어찌 보면 이상한 작가들과 도서관이 의기투합하고 작당 모의하는 동네, 이 맛에 사서 한다.

이전 03화 도서관에 웬 스폰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