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토론이나 회의석상에서 흔하게 오고 가는 말이 있다.
우리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합시다.
'원점에서 재논의합시다.'라는 말은 지금까지 논의했던 내용을 전부 다 초기화하고 다시 새롭게 이야기해 보자는 뜻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원점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던 본래의 초기값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와 같다. 핸드폰으로 치자면 최초의 순정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초기화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원점이란 곧 시작점이다. 시작점은 출발점과 같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쪽도 갈 수 있고 저쪽도 갈 수 있다. 또한 빠르게 가거나 느리게 갈 수도 있다. 심지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 설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원점은 다양한 가능성이 살아 숨 쉬는 요람이다. 가능성이 다양하면 기회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기회를 쫓는다. 기회란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 가장 적절하게 주어지는 때와 같다. 몇 차례 찾아오는 기회는 인생을 뒤바꾼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신이 주신 기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원점에 대한 귀소본능
인간은 원점에 대한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원점을 꿈꾸고 그리워한다. "아 만약에 그때의 나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라고 생각하며 회상에 잠긴다.
원점에 대한 향수는 인간의 무의식에 깊숙이 스며든다. 무의식은 상처와 후회, 분노, 집착의 에너지를 벗 삼아 계속해서 확장한다.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했다고 착각하지만 내면의 무의식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지배를 받는다. 인간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며 흐름이 결정된다. 마음속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구현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수많은 변수의 집합체이며 복잡계 그 자체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가능성이 범람하고 요동친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에 놓인다. 당장 오늘 출근을 할지, 밥을 먹을지, 미팅을 할지, 책을 읽을지, 휴식을 취할지... 삶의 모든 순간은 선택을 필요로 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개인의 관점을 비롯한 무의식적 사고, 판단, 감정, 정보, 학습, 압박, 강요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된다. 우리가 내린 순간의 선택은 인생의 결괏값을 뒤바꾼다. 누군가는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행복과 성취감을 맛본다. 반면에 또 다른 누군가는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불행과 좌절감을 맛본다.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를 후회하는 사람은 원점을 그리워한다.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던 인생의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새 출발을 꿈꾼다. 그중 몇몇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 발버둥 쳐본다.
그러나 인생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오히려 멀어짐을 느낀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이들은 극소수다. 인생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원점에서 재정의
인생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걸까?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되는 자체가 정말 특별한 걸까? 나에게 그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은 인간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가령,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사람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다른 종목을 선별하여 다시 투자를 하거나, 아예 시작을 안 하거나다. 투자를 재개한 경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투자를 안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투자를 안 하면 손해도 안 본다는 위안을 품게 된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도 사건은 일어난다. 사건은 반드시 시작점의 경계를 넘어서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안 하거나 사건은 발생한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세상대로 여전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선택을 하지 않은 행위 그 자체도 선택이자 사건이다. 사건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불확정적이다.
원점으로 돌아가도 뚜렷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어차피 원점도 인생의 한 파편일 뿐이다. 인생은 본래 불확실하고 불확정하다. 사소하게 여겼던 선택의 집합들이 어떤 영향을 펼칠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인생의 원점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원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논의는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만, 정의는 말의 뜻을 밝히는데 의의가 있다.
앞서 원점이란 다양한 가능성이 산재하는 근원지이자 기회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과 기회는 꼭 원점으로 돌아간 특정한 순간과 타이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 질문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당신에게 있어 인생의 원점이란 무엇인가?
원점의 본질
삶은 유동적이다. 인생의 원점 역시 가변적이고 수시로 뒤바뀐다. 출발점이 도착점이 되고 도착점이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에게 있어 원점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없다. 삶의 매 순간순간이 곧 원점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 자체가 바로 원점이다. 글쓰기를 하는 나, 책을 보는 나, 운동을 하는 나, 코칭을 하는 나, 모두 다 나의 선택과 가능성이 만들어낸 시작점이자 결과물이다.
진정한 원점은 과거와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을 벗어난 원점은 우리의 상상력이 빚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굳이 과거와 미래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지금 여기엔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원점이란 곧 삶의 구심점이자 중심축이다. 인생의 중심축이 바로 서면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진실로 살아갈 때 원점은 더욱 굳건해진다. 인생의 원점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과거-현재-미래가 달라진다.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도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 우주는 지금도 끊임없이 팽창하며 새로운 별들을 탄생시킨다. 우리 역시 하나의 소우주와도 같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우리에겐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존재한다. 우리는 항상 사건이 시작되는 원점 앞에 서있다. 어떤 것을 창조해 낼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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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리
1. 원점이란 곧 시작점이다. 시작점은 출발점과 같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원점은 다양한 가능성이 살아 숨 쉬는 요람이다. 가능성이 다양하면 기회도 다양하다.
2. 인간은 원점에 대한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원점을 꿈꾸고 그리워한다. 그러나 인생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인생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3.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도 사건은 일어난다.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안 하거나 사건은 발생한다. 사건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불확정적이다. 원점으로 돌아가도 뚜렷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4. 삶은 유동적이다. 인생의 원점 역시 가변적이고 수시로 뒤바뀐다. 출발점이 도착점이 되고 도착점이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 자체가 바로 원점이다.
5. 원점이란 곧 삶의 구심점이자 중심축이다. 인생의 중심축이 바로 서면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진실로 살아갈 때 원점은 더욱 굳건해진다. 인생의 원점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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