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속에 제일 예쁜 성

by 아인잠

큰 아이가 1학년 때 만들어준 카드. 엄마 마음속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성을 지어드린다던 초등학생 아이가 이제 중 1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바야흐로 사춘기가 시작된 듯하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엄마가 봐주겠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고, 엄마가 평소에 하던 말에도 이제 슬쩍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이었다. 외출 후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도 밖에서 입고 있던 옷을 여전히 입고 있기에, 옷을 갈아입고 있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싫은데?'라는 것이다.



엄마 : 집에 오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거야. 미세먼지도 많은데 집안에서까지 입고 있어서 좋을게 뭐야

딸: 엄마는 왜 안 갈아입고 있어요?


엄마 :엄마는 일을 하고 있잖아, 학생들도 왔다 갔다 하고, 손님이 올 수도 있고, 밖에 쓰레기도 버리러 갔다 오고

딸: 나도 집에서 놀고 있잖아요



엄마 : 휴... 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갈아입고 싶을 때 갈아입던지


나는 안방으로 와서 침대에 머리를 붙잡고 드러누웠다. 아이고 머리야.

내 딸의 사춘기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했는데, 어제 비로소 알았다. 내가 입 다물 남편의 존재가 사라지자 아이에게 입을 다무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와 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말을 주고받던 엄마인데,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생기자 나는 머리가 아파졌고, 다시금 말로 언쟁하는 상황에 놓이기 싫어하는 피해의식이 나타난 것이다.


어제는 조용히 찌그러져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쭈뼛쭈뼛 다가오지도 못하는 딸에게 말했다.


엄마 : 요즘 딸내미가 사춘기라 엄마한테 따박따박 말도 잘하고, 잘하는데 엄마는 섭섭하더라,


딸 : 미안해 엄마

엄마: 응(전혀 안 괜찮음)


그리고 밍숭 밍숭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리고 딸의 사춘기 클래스에 제대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내 모습이 미안해서 아직까지는 만사형통 바로 통하는 제스처를 사용했다.


"엄마가 카드 줄게, 나가서 아이스크림 돈 만 원어치 사 와서 냉동실 넣어놓고 먹어, 만원 조금 넘어도 돼."


그제야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으로 평화협정을 맺었다.

둘째 녀석은 좋아서 누나를 따라나갔다.


나는 이제 사춘기 클래스에 제대로 걸려든 듯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멋지게 지나가 보고 싶다. 그러라고 아이는 지금까지 나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주었다.


내 마음속에 지어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성이 아직 견고하고, 그 성안에서 우리 예쁜 꿈을 꾸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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