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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Feb 07. 2020

친절해 보일까 봐

너무 예뻐 보일까 봐

아이들이 방학 중이라 심심할까 봐 일주일에 한두 편씩은 다운로드를 하여서 영화를 보여준다.

아이 셋을 데리고 영화관에 가서 보며 오며 가며 돈 쓰는 것보다는 집에서 편하게 들어앉아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영화나 실컷 볼 때가 아이들이나 나나 편안하고 즐거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말레피센트 2> 영화를 보았다. 어렸을 때 책을 보며 자란 아이들이 자라서도 책을 보며 자랄 확률이 크고, 어릴 때 뮤지컬을 본 아이들이 커서도 뮤지컬을 볼 확률이 크다는 생각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문화적인 경험을 많이 갖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때가 되면, 우리는 신나게 여행을 다니는 가족이 될 것이다.


무튼, 두 왕국이 대립하고 싸우다 화해하는 영화 같다. 나는 다른 일을 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게 본 눈치다. 귀동냥으로만 들리는 대사들을 감상하던 중에 귀에 날아와 꽂히는 대사가 있었다.


저주는 풀라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깨라고 있는 거죠.


순간 와 닿는 이 느낌은,

이 편안한 느낌은 뭐지?

영화 속 대사에 나는 다른 식의 생각을 입혀서 표현해보았다.



부부싸움은 풀라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더 이상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 하는 것이죠.



이혼은 가족을 깨려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함께할 수 없는 고통을 깨라고 있는 것이죠.


사람은 관심이 가는 데로 들리고, 관심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무슨 말을 들어도 이혼에 관심이 간다.

집을 나왔을 때 남편이 나에게 전화로 물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라고.

듣고 보니 대답을 바로 못해주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답을 못했고, 그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를 만큼 내가 전달을 잘못하고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서 답을 못했고, 정말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서 묻는 건지 몰라서 답을 못했다. 나라고 잘 못한 게 없겠냐만은, 그러니 잘못한 사람끼리 더 잘못하기 전에, 더 큰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나는 터널이 무너져내리는 곳을 목숨 걸고 빠져나오듯이 미련 없이 나왔다. 쏟아지는 바위 덩어리에 깔려 죽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무조건 뛰어나왔다.

그렇게 나와보니 순둥순둥 하게 생긴 내가 그 큰 일을 벌이고 나왔으니 놀라기는 다른 사람들이 더 놀랬다. 나만은 그럴 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애 셋을 데리고 나왔다는 사실보다는 '나같이 생긴' 사람이 그 큰 결단을 내렸다는 것에 더 놀라는 듯했다.

그래서 콘셉트를 좀 바꿔보려 한다.

불친절한 아인잠으로. 눈에 화장을 좀 진하게 해 볼까, 입술을 빨갛게 그려볼까 생각하다가

글에 색을 입히고, 나의 시선에 색을 입히고, 나의 용기를 무장시키기로 했다.


화장은 예쁘라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친절해 보일까 봐 하는 것이죠.



징검다리는 무사히 걸어가라고 있는 것이죠 by 아인잠's girl.


* 댓글은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쓰라고 있는 것이죠.



쓰다보니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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