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산책을 가는 데 아파트 화단에 예쁜 꽃이 피어있었다.
못보던 꽃인데 누가 심어둔 건지 올해 처음 눈에 띄었다. 늘 다니던 길이라 작년에 있었으면 기억할텐데 못보던 초롱꽃이 보여 더욱 반가웠다. 지난 밤에 세찬 비바람에도 끄떡없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초롱꽃 이름도 이쁜 초롱꽃. 초롱초롱 초롱꽃.
친구 이름중에 '이초롱'이 있어서 더 반갑게 느껴졌던 꽃.
초롱꽃도 종류가 여러가지인 것 같은데, 열심히 비교해보니 내가 만난 꽃은 '섬초롱꽃'인 것 같다.
첫 해에 심으면 이미 올라온 꽃대에만 꽃이 피지만, 이듬해 부터는 뿌리가 옆으로 번지면서 꽃이 무더기로 핀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올해에 내 눈에 더 많이 띈 건가 보다.
종 모양 같기도 하고, 마치 요정들의 치마 같기도 해서 볼 수록 어여쁜 초롱꽃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아이와 산책을 했다.
그리고 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다가 '초롱꽃'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김태정 저자의 <우리꽃 이야기>에 소개된 초롱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금강산 어느 마을에 살던 부모 없는 오누이 이야기가 있다. 오빠는 재간있는 석공으로서 바윗돌을 다듬어 금강산을 명산으로 만들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3년 후에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누이와 헤어져 금강산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기다리는 오빠가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오빠를 찾아 길을 떠나 금강산을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가 캄캄한 밤이 되었다. 이럴때 초롱불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소녀는 무섭고 슬퍼서 울었다. 그런데 소녀의 눈물이 떨어진 곳마다 초롱처럼 생긴 고운 꽃이 피어나 빨간 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꽃송이를 꺾어들고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따라가니 거기에는 바위를 다듬다가 쓰러진 사랑하는 오빠가 있었다. 이 때 갑자기 초롱꽃이 흔들리며 향기가 풍겨나오더니 오빠가 스르르 눈을 뜨는 것이었다. 그후부터 오누이는 금강산 구경을 왔던 사람들이 길을 잃거나 지쳤을때 이 꽃을 꺾어 들라고 금강산 곳곳에 초롱꽃을 심고 가꾸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금강초롱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초롱꽃에 얽힌 이야기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아무래도 초롱꽃 종류에 따라서 이야기도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지쳤을때 꺾어들라고... '
꺾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힘이 난다.
어떤 꼬마가 초롱꽃을 똑 똑 따고 있기에, 오래오래 이쁜 꽃 보려면 눈으로만 보자'했더니 '메롱'하고 가버렸다. 이런 메롱같은 녀석이 있나.
이뻐서 한참을 보고 서있었더니 메롱 할머니 말씀으로는, 잎이 연하게 나올때 새순을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먹으면 좋다고 한다. 메롱꼬마는 꽃을 따고, 할머니는 잎을 따고, 내년에도 무사히 초롱꽃을 볼 수 있기를.
비바람이 불어도 지켜진 꽃이니 내년에도 힘차게 필거라고 믿는다.
꽃도 잎도, 사람들에게 힘을 주려는 듯, 이렇게 힘차게 뻗어나가는구나...
내 년되면 또 얼마나 많이 피어날까... 초롱꽃을 보면서 연약한 꽃도 이렇게 아름다운 힘을 갖고 있다는 게 새삼 감동으로 느껴졌다.
문빗장 절로 벗겨졌나
열리고는 닫기지 않는 가슴
그 누가 불러내는가
한사코 뻗친 길을 간다
외진 이 기슭에 와 만난
전생의 내 모양 초롱꽃
그대 날 돌려 세웠으나
뒤돌아 도로 안길 수밖에 없듯
간절코 안타까운 매디마다 정수리마다
이슬 젖은 맨발로 별은 와서 열렸어라
이 등불 건네다 보며
절간의 쇠북도 울음 삭이리.
- '초롱꽃' 유안진
초롱 초롱 달밝은 밤에 더 빛나는 초롱꽃 by 아인잠's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