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마치자마자 향한 시장.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고,
집 앞 빵집에 들러 식빵을 하나 사 왔다.
냉장고에 넣으며 장을 정리하고 나니
겨울이 다가왔음에도
아직은 고요한 우리 집이 눈에 거슬린다.
작년에 선물 받았던 큰 트리.
이사 오면서도 야무지게 챙겨 와
베란다에 넣어뒀던 트리를 꺼냈다.
내 키보다 훌쩍 큰 트리를
작년엔 남편과 함께 설치했었는데,
올해는 혼자다.
작년보다 일이 많아져 바빠진 남편을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끝날 것 같으니
그냥 혼자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오전시간을 꼬박 써서 완성한 트리 //
어린이집을 마치고 돌아와
거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트리를 발견한 아들은
산타할아버지가 벌써 온 거냐며
잔뜩 설레어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연말 분위기는 나지 않던 집이
너무 고요하고 조용한 거 아닌가 싶던 집이
트리 하나 설치했다고 확 달라졌다.
어린 시절
친구들 집엔 연말만 되면 트리가 있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라고 케이크를 만드는 친구들을 보며
왜 우리 엄마아빠는 이런 걸 안 하는 걸까라는
불만만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결혼을 한 이후로는
매해 작은 트리를 사기도 하고
작은 케이크라도 불기도 하며
우리만의 연말을 맞이했던 나.
가족끼리의 즐거운 연말파티를
늘 소망하던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30대가 되고서야 드디어 받게 되었다.
엄마 산타할아버지한테
아기상어 자동차 받고 싶어-
연말이 뭔지도 모르는
올해가 끝나가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우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는 날이라며
한껏 기다리고 있는 우리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뿅 하고 나타날 수 있게
부지런히 준비해 놔 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