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았던 10월 초 어느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빠네?'
'우리 오늘 코스모스 보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좋아!' 라며 따라나선 엄마아빠의 나들이.
점심은 뭐 먹냐는 나의 질문에
부모님은 자주 가던 추어탕집이 있다며 가자고 하셨다.
'거기는 추어탕이 6,000원이야.'
국밥 한 그릇에 구천 원 만원 하는
요즘 세상에 6,000원짜리 추어탕이 있다고?
반신반의하며 엄마아빠를 따라 식당에 들어서자
육천 원이라고 적힌
커다란 메뉴판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와 진짜잖아//
밀양의 작은 동네에
정말 사람이 찾아오기 힘든 위치에 있는 가게.
하지만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주차장까지 만차였다.
저렴해서 오는 건가 싶었는데
정갈한 밑반찬에
추어탕 한 술을 떠보니
사람들이 오는 이유가 저렴해서만은
아니라는 걸 바로 깨달았다.
맛있잖아.
육천 원짜리 추어탕에
엄마아빠 카드로 계산하고
두배로 신난 마음.
차를 타고 10분 정도 더 들어와
밀양 코스코스밭에 도착했다.
가을만 되면 코스모스 코스모스
노래를 부르는 엄마와
어디 가야 코스모스를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아빠.
코스모스가 뭐라고
그렇게 찾아다니는 걸까 싶던 때도 있었는데
늘 진심으로 좋아하는 엄마를 보니
가을에만 부릴 수 있는 낭만임을 알았다.
나이 앞자리에 6 짜가 붙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인 중년부부. 이제 곧 7 짜를 달게 될 사람들.
둘 다 걷는 건 싫어해서 좀 걷다가 쉬고, 또 걷는가 싶으면 이내 흔들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수다만 떠는 두 사람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본인들의 계절을 흠뻑 맞고 있었다. 자식이지만 그들의 데이트코스는 적성에 맞지 않아 앉아서 쉬라 하고 홀로 길을 걷다 보니 일하고 있을 남편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의 낭만은 뭘까.
우리도 육십이 되었을 때,
칠십이 되었을 때,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계절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가자.
물론 그땐 계절이 4개씩이나 없을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