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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Feb 08. 2020

안녕치 못한 어느 아침

당신의 갱년기는 어떠신지요?

아침에 눈을 뜨는데 기분이 영 언짢다.

파악되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기분 나쁜 꿈을 꾼 것도 같다.

간혹 있는 일이다.

기분이 무거우니,

일어나 가족들에게 먹을 만한 밥을 차려내야 한다는 게 짐스럽다.

내 심기를 눈치챘는지 남편은 일찌감치 나간다.

이럴 때 말 한마디 어긋나면 냉전이 오래가니 피하는 게 상책일 거다.

가라앉은 기분을 애써 외면하려 노력하며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억지로 아이들에게 밝다 못해 과한 농담을 건넨다.

농담으로 시작된 말 건네기를 주고받던 끝에

아들의 "엄마, 됐고!" 한마디에 참았던 온몸의 가시가 날을 세운다.

결국 화가 나고 으름장 섞인 푸념으로 맺는다.

언짢음을 내색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또, 에잇!

언짢음에 자괴감이 얹혔다.

경험상 이럴 땐 되도록 말을 짧게 하는 게 수다.

냉랭하게 필요한 말만 하고

억지로 억지로 아침 의무를 마치고 나선다.

안 그래도 가슴 답답한데 마스크까지 낀 채.

미세먼지는 이런 날 꼭 높다.

좀 걸어 잘 가는 카페에 도착했다.

그윽한 향의 카모마일 차 한 잔과 나즈막한 바이올린 선율에 잠시 마음을 둔다.

뭐로든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워야 한다.

이유 없는 우울함의 잦은 방문.

누군가와의 따뜻한 대화가 그리운 것도 같다.

하지만 공감할 누군가를 찾는 것도 번거롭다.

어떤 책에서 내면을 피정할 곳으로 만들면

세상에 그만한 위로가 없다는데...

그 내면의 피정은 어찌 만드는지...

글을 써 본다.

별.

수.

없.

다.

물 흐르듯 흐르던 바이올린 선율이 갑자기 시끌벅적한 재즈로 바뀐다.

젠장...!

오늘은 버텨야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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