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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Oct 27. 2020

3인의 삶을 준비하다

나는 매우 독립적인 사람이다. 아니 독립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왜인지 결혼 후 둘이 살며 집에서의 생활만큼은 독립적이지 못하다. 집 밖에 책방이라는 온전히 내 공간이 있어서인지 집에서는 공간도 생활도 모두 2인으로 움직인다. 방이 3개지만 모두 부부 침실, 부부 서재, 부부 놀이방이다. 놀이방은 여행하며 모은 피규어와 기념품이 가득 놓였다. 처음엔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취미방을 생각하고 꾸몄다. 그러나 대부분의 취미생활은 거실이나 서재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아기가 생기면서 그와 나의 놀이방을 아기방으로 바꾸기로 했다. 2인 생활이 이제야 익숙해졌는데 이젠 3인을 위한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


아기가 태어나기 백일 전에야 아기를 위한 방을 꾸미기로 했다. 먼저 인터넷을 검색하며 온갖 비싸고 예쁜 가구로 꾸민 아기방 사진을 모았다. 신혼집조차 몇 개의 가구와 소품으로 끝냈던 내가 온종일 아기 가구, 아기 침대, 아기 조명을 검색하기 바빴다. 모든 게 너무 작고 예뻤다.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몇 달이 멀다고 무럭무럭 자랄 아기다. 사진 속 예쁜 방으로 만들면 몇 달마다 가구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일시적인 예쁨보다 자랄 아기를 생각했다.


녹색 벽지가 둘린 아기방의 한 면에 낮은 책장을 두었다. 칸마다 색깔별로 바구니를 두어 아기용품을 넣었다. 나중에 아기가 자라면 장난감 상자로, 이후엔 책꽂이로. 아기가 커가면서 방도 집도 변할 것이다. 아기방에서 가장 고민했던 건 아기 침대다. 아기 침대는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지만 사용 기간이 매우 짧다. 아기가 뒤집기 시작하면 범퍼 침대라 부르는 바닥 매트에 사방이 쿠션으로 둘린 침대로 바꾸거나 아기가 서기 시작하면 큰 패밀리 사이즈 매트에서 부부와 함께 자는 경우가 많다.


“아기 침대 필요 없어. 같이 옆에서 자면 돼.”

“아기가 위험하지 않을까?”

“아기 숨소리만 달라져도 다 일어나지더라.”


하지만 그 작고도 작은 아기와 한 매트에서 잘 용기가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얼마 전 결국 나무로 된 아기 침대를 샀다. 미리 사둔 짱구 베개와 인형을 침대에 두고 아기를 눕히는 상상을 했다. 침대 머리맡에는 아기들이 좋아한다는 스탠드 모빌을 두었다. 그리고 예쁜 조명등을 샀다. 한밤중에도 시시때때로 깨는 아기를 위해서였다. 지붕에 한 개의 창을 가진 집 모양의 등은 오롯이 내 취향으로 골랐다. 등은 아기가 어린이가 되어도 인테리어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벽에 걸었다. 그 옆으로는 나무 후크를 달아 선물 받은 아기 옷을 벽에 걸었다. 아기 옷을 걸으니 실감이 났다.


‘아, 이제 셋이 사는 거구나.’


어쩌면 아기방 꾸미기는 아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를 위한 것이다. 보상심리일 수도, 자기만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이건 아기가 이 방에서 자고 걷고 놀이하고 공부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다.


당분간 나의 집은 3인으로 움직일 것이다. 2인으로 혹은 1.5인으로 돌아오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 긴 시간이 다른 행복이 되겠지.


둘이서 함께 살며 성장한 만큼 이제 셋이 함께 자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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