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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Oct 28. 2020

나의 태교는 논문쓰기와 글쓰기뿐

아기가 생겼다. 아기에게 좋다는 클래식을 듣고 식물을 키우고 바느질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태교에 집중한다. 아니 집중해야 한다. 아니 집중해야 할까? 태교가 아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다. 하지만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아기는 무럭무럭 자랐다. 


요즘에는 아기의 감성을 발달시키기 위해 온갖 종류의 태교 방법이 생겨났다. 임산부 요가, 발레는 기본이고 꽃, 향기 테라피 등 다양하다. 특히나 손을 움직이며 아기의 뇌를 자극하여 똑똑한 아이로 만든다는 DIY 태교가 인기다. 


“엄마가 손끝을 많이 움직이면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줘요.”

“그럼 아기가 똑똑해지나요?”

“그럼요.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엄마가 손바느질로 아기 신발, 배냇저고리, 모자, 턱받이 등을 만든다. 어차피 출산 전에 사 둬야 하는 용품들이다. 거기에 엄마의 정성과 태교를 얻어 엄마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사실 DIY여도 저렴하지 않다. 어느 브랜드 가격 못지않다. 그러나 이미 나도 열심히 온라인 사이트를 보며 골랐다. 그걸 본 신랑이 말했다. 


“바느질해 봤어?”

“아니.”

“그럼 바느질하고 싶어?”

“하고 싶다기보다 아기에게 좋다고 하니까.”

“그냥 예쁜 걸사고 그 시간에 너 하고 싶은 걸 해.” 


그렇다. 나란 인간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이다. 괜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네 마네 할 바엔 나 좋은 일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교 계획으로 세웠던 임산부 요가와 매일 맛있는 음식 먹기는 둘 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킬 수 없는 상태였다. 나는 의사 선생님도 드문 케이스라는 출산 전날까지 입덧한 임산부였고, 코로나로 인해 임산부 요가는 3회 차 이후 폐쇄되었다. 꽃꽂이도 해보고 싶었지만 몇 개의 꽃냄새는 음식 냄새와 같았고 이 역시 코로나로 참석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난 더 열심히 읽고 썼다. 읽고 싶은 것을 읽고 쓰고 싶은 것을 썼다. 아기도 엄마의 읽고 쓰는 삶을 응원하듯 함께 읊고 함께 들었다. 엄마가 어떤 것을 보고 듣느냐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감정과 반응도 흡수하는 아기다. 결국 엄마의 기분이 아기의 기분과 연결되니까. 


그렇게 임신 기간 내 논문을 두 편 쓰고, 책도 두 권이나 출간했다. 


“아기도 있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무리할 만큼 안 해요. 아기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읽고 쓴 후에는 배에 두 손을 가만히 올려놓고 아기의 움직임에 온 감각을 기울였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기도 행복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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