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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Oct 02. 2020

명절 후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9년째 비슷한 무게로 "명절"이라는 단어는 내게 다가왔다. 늘 지독하게 몸과 마음이 너덜거렸고 며칠 아니 몇 주를 힘들어했다. 다행스럽게 올 추석 아버님의 폭탄선언 - "캠핑장에서 추석을 보내겠다"는 말씀 덕분에 명절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집에 와서도 약간 피곤했을 뿐 몸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올해 1월 설부터 나는 명절을 보내고 집에 오면 꼭 해야 할 의식을 만들었다. 그것은 3일간 수고한 나에게 선물을 건네는 것. 평소 꽃을 좋아하는 나는 설을 지내고 와서 꽃집으로 향했었다. 가끔 아들은 용돈을 모아 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외숙모, 그리고 나에게 꽃 한 송이씩을 선물하면서 자연스럽게 꽃집 주인과 친분을 쌓았다.


"매일매일 꽃을 보니까 행복하시겠어요."

"글쎄요... 매일 보니까 잘 못 느끼고 살아요. 그냥 일인데요 뭘~"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한다고 하잖아요. 꽃 너무 예뻐요. 감사해요."  


예쁘게 포장한 꽃을 안고 집에 돌아오는 길~ 따스한 빛이 꽃잎으로 한 아름 쏟아져 내렸다. '지난 8년간 명절 증후군으로 수고한 나에게 선물 한 번 사주지 않았었구나.' 나를 돌보지 않았기에 마음도 몸도 병들었던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적당한 선물은 무엇이고 무엇을 받으면 가장 기뻐할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일단 선물을 골랐다면 "잘 골랐어! 난 선물도 잘 골라"라고 칭찬까지 해주자.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에 한발 더 다가설 것이다. - 자존감 수업(中)

설에 비해 수고는 덜했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커피숍에 들렀다. 그리고 평소 잘 마시지 않는 돌체 라테와 달달한 치즈케이크를 샀다. 집에 와 씻고 나만의 공간인 책상 앞에 앉아 온전히 미각을 집중시켰다. 달달함이 입안 가득 느껴지면서 예민했던 신경이 연두부처럼 부드러워졌다.  


"나  1시간만 공원 좀 걷고 올게요." 


먹고 나니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현관을 나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었더니 그가 씩 웃어준다. 남편의 미소가 날 위한 배려인듯해 절로 기분이 업되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조용히 따라 부르며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1시간을 채우지 못한 체 집으로 돌아왔다.


'잘했어. 앞으로도 수고한 널 위해 선물을 주도록 해. 넌 그럴만한 자격 있어. 셀프 쓰담쓰담.' 왜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을까? 이제야 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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