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gancia Feb 15. 2021

그리운 카페...

그곳에서 소설책을 읽고 싶어요. 

                                                                                              

차가운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코끝으로 전해지는 진한 커피 향은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재즈 혹은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들리면 무의식 적으로 선율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쪽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사람들이 앉아 대화를 즐기는 곳은 거의 스피커 쪽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나는 얼른 스피커 쪽 자리에 가방을 놓는다. 내가 주문하는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혹은 따뜻한 라테.


20대 초반 직장에서 커피 쏘기 사다리 타기를  종종 했었다. 막내였던 나는 보통 심부름 담당. 긴 횡단보도를 건너야 만날 수 있는 카페는 커피맛이 일품이었기에 번거롭지 않았다. 그날은 유난히 카페 안은 한산 해 보였다. 카운터에서 뚝 떨어진 깊숙한 곳에 앉아있었던 여인. 주문을 하고 서서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으나 자꾸만 눈은 자꾸 여인에게 향했다. 어깨의 들썩거림. 티슈를 연신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 그녀는 울고 있었다. 


커피잔 옆에 수북 쌓인 구겨진 티슈. 얼마나 오랫동안 울었던 걸까? 모르는 사람인데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외로움, 슬픔, 아픔, 상처가 그녀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모습을 뒤로한 채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카페를 나오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래. 그때부터였다. 그전에도 혼자 카페에 가서 심부름만 했을 뿐. 혼자 앉아있으면 꼭 그 여자의 환영이 따라붙었다. 혼자 있으면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게 보지는 않을까? 그 눈빛이 싫었다 아니 부담스러웠다. 생각해보면 아무도 나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누군가를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면 꼭 나는 카페 앞에서 기다렸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타인이 내 손을 이끌었을 때에야 같이 주문을 하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한겨울에 밖에서 기다리는 날 보고 남자 친구가 하도 야단을 쳐서 20대 후반부터 나름의 용기를 내어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었다. 한두 번 진땀 났을 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 후 나는 혼자 카페에 갈 때면 주변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 조용히 책을 펴고 그 시간을 즐긴다.                          


전염병으로 작년 한 해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쓴 적이 없었다. 언제쯤 전처럼 커피 향에 취해... 잔잔한 음악이 귓바퀴를 돌다 마음을 적실 때까지 카페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오늘처럼 비 내리는 아침에는 더더욱 그곳이 그리워진다. 카페에 앉아 달달한 소설책 한 권을 읽어내고 싶다. 이 소소한 꿈을 올봄에 이룰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uriol9l/15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