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에 집중하면서 떠오르는 단어, 감각, 느낌, 생각, 상상 위주의 단어, 짧은 문장을 기록합니다.
두 번째 장면은 영화 <미션>의 장면입니다. 등장인물, 풍경, 사건, 시대적 배경, 사물을 관찰 후 메모합니다. 이제 이 영화를 잊어버리고 메모들을 조합하여 소설을 써봅니다.
타는 해가 뉘엿뉘엿 언덕 너머로 숨어 들어가는 모습을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숲에서 불어오던 찬바람은 추수가 끝난 영지를 공명하며 낮고 음산한 소리로 길게 울었다. 그 울림은 되돌아옴 없이 어딘가로 휘휘 빨려 들어갔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소년의 몸은 빳빳하게 경직되었다.
'오늘도 매질을 당할지도 몰라. 어머니~ 아버지는 살아계실까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까만 손등 위로 뚝하고 떨어졌다. 오랜 굶주림으로 소년의 팔과 다리는 가늘었고 군데군데 시커먼 멍 자국들이 가득했다.
'우리 아들...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한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서 아버지를 만나도록 해. 분명 돌아오실 거야.'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소년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부탁을 12살인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힘겨운 일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소년과 여동생은 작은아버지의 손에 끌려가 헐값에 팔리고 말았으니까... 2년 동안 여동생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다. 그 후 소년은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했지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작은 빵조각이 전부였다.
볏짚으로 몸을 숨길수록 포근했던 옛집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따뜻한 저녁을 함께했던 날, 어머니의 달콤한 흥얼거림에 맞춰 여동생은 참새처럼 노래를 불렀었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주머니에서 작은 하모니카를 꺼내어 화음을 맞춰 주셨었는데... 과거를 떠올리니 얼굴이 거짓말처럼 화사해졌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영영 소년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어머니. 정말 아버지께서 돌아오실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답해줄 이도 소년 곁에는 없었다.
더는 늦장을 부릴 수가 없어 소년은 짚더미를 손바닥으로 밀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때였다.
"올리버!! 올리버!!"
꿈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선명하게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깜짝 놀란 소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언덕 위에는 방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물체가 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유령처럼 검은 물체가 자신을 보며 뛰어오는 모습을 보며 소년의 눈은 커다래졌다. 그리고 가녀린 몸뚱이로 하염없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가 부러져 헤어진 샌들 사이로 소년의 까만 발을 찔러 피가 흘렀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소년의 긴 머리가 얼굴과 가는 목을 휘감았다가 날아올랐다.
"아버지~"
"올리버~"
더는 소년의 귀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도 고요하기만 했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아버지와 그의 품에 안긴 소년의 눈물이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