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0일,
쿠쿠는 잘 자라고 있다.
아직 새 잎이 돋아나진 않았지만
여전히 파릇파릇한 걸 보면
잘 자라고 있는 게 분명하다.
2021년 12월 30일,
한 해의 마무리가 필요하다면
1월 1일을 앞둔 31일보다
30일이 왠지 더 제격인 것 같다.
무엇인가를 추억할 만큼
특별히 기억에 남은 한 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한 해였다.
반성 거리가 많긴 하지만
그건 새해의 다짐에 살짝 끼워 넣기로 했다.
숫자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
올해로 몇 년째 도쿄에서
해를 넘기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것이겠지만
여전히 물 위의 떠있는 기름 같기도 하다.
작년도 올해도
이곳을 떠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떠날 때 비로소 보이는 애틋한 것과
버리고 갈 것 그리고 가지고 갈 것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밋밋한 지금의 시간들이 소중해지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나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괜스레 모든 것들이 허무해지지고 한다.
그래서 2021년은
너무 깊게 한 해를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2022년은
떠나건 떠나지 않건
이곳에서의 매 순간을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