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170
요 며칠 계속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울렸다.
처음에는 모르는 번혼데 하며
망설이는 사이 전화가 끊겼고,
다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전화 올 때가 없다 싶어 그냥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은 그토록 중요한 일이면
문자라도 남기겠지 싶어 안 받았다.
그랬더니 그다음은
받을 거면 처음부터 받았어야지
이제 와서 받나 싶어 더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 전화벨이랑 실랑이를 하다
결국 그 번호로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문자 내용은
집 주인이 에어컨을 교환해 주려고 하니
괜찮은 날짜와 시간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잔뜩 긴장했던 어깨에서
스르르 힘 빠지는 소리가 들렀다.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누가 나를 이토록 애타게 찾나 싶어
궁금하긴 했는지 무슨 기대라도 한 건지...
생각지도 못한 에어컨 교환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미안했다.
괜스레 일하시는 분만 수고스럽게 한 것 같아서.
만약 그 문자가
[잘 지내니? 오랜만이야]로
시작하는 문자였다면 어땠을까.
낡은 에어컨으로 여름을 나도
어쩜 더 행복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