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예쁜 저녁에,

돜ㅅ 일상

by 우사기

#199

노을이 너무 멋진 저녁이었다.

비가 왔다 흐렸다를 종일 반복하더니

이렇게 멋진 하늘을 보여주려고 그랬나 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넓은 하늘이 보고 싶어

공원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붉게 물든 노을을 한참을 멍하게 바라고 있는데

어떤 외국 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사진을 여러 장 찍어줬더니

맘에 드셨는지 감사하다며

나도 찍어주겠다고 하시길래 괜찮다고 거절했다.

노을이 너무 예쁘지 않냐며

몇 번이나 찍어주겠다는 걸 다시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고 보니 그 어떤 멋진 풍경 앞에서도

내 사진을 찍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사진에 담는 게 너무 어색하다.

내가 있었던 일상의 기록은 좋은데

나의 흔적은 왜 남기고 싶지 않은지 모르겠다.

멋진 노을 속에 나는 담겨 있지 않지만

노을이 예뻤던 어느 여름날의 도쿄는

마음속에 곱게 접어 두었으니

그거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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