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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Aug 14. 2022

내일은 좋은 일이,

도쿄 일상

#225

잠들 때는 창밖의 불빛이

흐릿하게 보이는 걸 좋아하고

눈 뜰 때는 햇살 알림이 좋아

자기 전에는 꼭 옅은 커튼만 치고 잔다.

가끔 늦잠을 자고 싶을 때는

햇살 알림에 일단 눈을 뜬 다음 일어나

두터운 커튼을 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한 번 눈을 뜨고 일어나 두터운 커튼을 친 다음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데

창문과 침대의 불과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그 짧은 거리에서 헛발질을 했다.

휘청하길래 팔로 짚으려다 팔도 꼬였고

무릎은 바닥에 닿아 꽈당 하며

순식간에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그렇게 넘어지기도 잠결이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침대 속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잤다.

모르긴 몰라도  아랫집에서는

그 순간 수직 직하 지진이 일어난 게 아닌가

아주 놀랐을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도  

낮이 되도록 또 까맣게 잊고 있다

왼쪽 무릎에 생긴

검 보랏빛 멍을 보고는 그제서야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픈 건 그렇다 치고

것보다 넘어진 순간을 생각하니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

어제는 커피를 쏟고 오늘은 넘어졌으니

내일은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기려나.

아니면 반가운 소식이라도.

그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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