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225
잠들 때는 창밖의 불빛이
흐릿하게 보이는 걸 좋아하고
눈 뜰 때는 햇살 알림이 좋아
자기 전에는 꼭 옅은 커튼만 치고 잔다.
가끔 늦잠을 자고 싶을 때는
햇살 알림에 일단 눈을 뜬 다음 일어나
두터운 커튼을 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한 번 눈을 뜨고 일어나 두터운 커튼을 친 다음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데
창문과 침대의 불과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그 짧은 거리에서 헛발질을 했다.
휘청하길래 팔로 짚으려다 팔도 꼬였고
무릎은 바닥에 닿아 꽈당 하며
순식간에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그렇게 넘어지기도 잠결이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침대 속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잤다.
모르긴 몰라도 아랫집에서는
그 순간 수직 직하 지진이 일어난 게 아닌가
아주 놀랐을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도
낮이 되도록 또 까맣게 잊고 있다
왼쪽 무릎에 생긴
검 보랏빛 멍을 보고는 그제서야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픈 건 그렇다 치고
것보다 넘어진 순간을 생각하니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
어제는 커피를 쏟고 오늘은 넘어졌으니
내일은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기려나.
아니면 반가운 소식이라도.
그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