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3일
#224
태풍 소식이 있길래 비가 내리기 전
장을 보려고 마르쉐를 갔더니 쉬는 날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봉 야스미(명절) 라
8월 15일 전후로는 쉬는 가게들이 많은데 깜빡했다.
그 기간에 맞춰 광장은 점검 같은 걸 하는 듯했고
신기할 만큼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밖으로 나왔으니 그냥 들어가기 그래서
커피를 한 잔 샀다.
커피를 사고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길래
조심스레 우산을 받쳐 들고 집으로 향했다.
분명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는데...
걷는 동안 딴 생각에 빠져
손에 든 게 커피라는 걸 까맣게 잊었던 것 같다.
집 앞 현관에서 우산을 접는 순간
커피는 나의 하얀 티셔츠에 보기 좋게 흘러내렸다.
그리 뜨겁지도 않았고 그냥 담담했다.
커피를 쏟은 나보다 현관에서 나오다 마주친 분이
더 놀라시기에 조금 민망했을 뿐.
그렇게 반쯤 쏟아진 채로
우리 집 창가에 도착한 모닝커피.
근데 생각해 보니
커피를 살 게 아니라 마트를 갔어야 했다.
처음의 목적을 잊은 벌로
오늘은 종일 텅 빈 냉장고와 씨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