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휴일,
#288
온전히 게으른 하루였다.
게으른 날은 시간은 배로 빨리 흐르고
밤이 깊어가면 그제야 서서히
보통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 같다.
온몸의 게으름이 서서히 빠져나는 것처럼
해야 할 일도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고.
그렇다고 이 밤에
게으름이 완전히 빠져나가면 그건 또 곤란하다.
잠 못 드는 일요일 밤처럼 곤란한 건 없으니까.
침대 한 편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언제라도 잠이 들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으니
왜 이리 편안한지 모르겠다.
게으름 가득 푹 쉬어가는 것도
알찬 휴일임에 분명한 것 같다.
내일부터는 또 힘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