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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Oct 27. 2022

도쿄 일상

밀떡 쌀떡,

#299

지난번 한국 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로

오늘은 떡볶이를 만들었다.

떡볶이 떡이 너무 도톰해서  

살까 말까 살짝 고민했었는데

의외로 쫄깃쫄깃한 게 아주 맛이 좋았다.

예전에 일본 지인에게

떡볶이 떡은 밀떡과 쌀떡이 있는데

나는 밀떡파라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며

밀떡은 어디서 사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즐겨가는 한국 마트를 알려주고

집에 가면 밀떡이 있으니

사진을 찍어 보내주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냉장고에 있는 떡볶이 떡을 꺼내어

사진을 찍으려 밀떡 표기를 찾으니  

웬일,

내가 밀떡이라 찰떡같이 믿고 있었던  밀떡은

밀떡이 아닌 쌀떡이었다.  

순간,

상황 수습이 안되어  일단 그녀에게는

 냉장고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며 미안하다고

대충 둘러대고 그 길로 한국 마트로 달려갔다.

그리고 밀떡이 있냐고 물어보니

그곳에서는 밀떡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도 판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

내가 여태껏 밀떡이라 믿고

쫄깃쫄깃해서 맛있다고 좋아했던

그 모든 밀떡이 쌀떡이었던 말인가.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아찔했다.

내 인생 어디쯤에서

밀떡과 쌀떡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일까...

내가 기억하는 밀떡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상황을 도저히 지인에게 설명할 수 없어

다시 사진 보내는 걸 깜빡 잊어버린 것처럼 해두고

두 번 다시 떡볶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떡볶이를 먹다 문뜩 그때 일이 생각나

떡볶이 떡을 확인해 보았더니

이번에도 역시 쌀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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