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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Nov 25. 2022

도쿄 일상

금요일 점심에,

#328

외출 길에 짬짬이 단풍 구경을 하는 요즘,

지금이 피크인 메이지진구가이엔

잇쵸나미키(은행나무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져

멋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아무래도 시간대를 잘못 맞춘듯했다.

여긴 이른 아침 산책이 가장 최선일 것 같다.

나는 망설임 없이 길을 건너지 않았다.

잇쵸나미키를 벗어나 한적한 동네로 빠지는

길모퉁이 피자집에 들러 가벼운 점심을 했다.

여긴 가성비가 좋아 테이크아웃을 하는

동네 사람처럼 보이는 손님이나

근처 공원 나들이 손님이 많아 보였는데

그게 정답인 것 같았다.

가게는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기엔

조금 힘들어 보였다.

다치구이(서서 먹는) 소바 집에서

한 입에 후루룩 먹고 나오는 느낌으로

마르게리타를 먹으며

지금은 사라진 사보이의 카운터를

잠시 떠올렸다.

낮 시간의 도쿄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은행나무를 제외하곤

나무에 매달린 잎들보다

바닥에 떨어진 잎들이 더 많았다.

도쿄의 시간이 가을에서 겨울로

멈춤 없이 조용히 기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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