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롱바케 [ロングバケーション], 1996년도니까 벌써 20년을 훌쩍 넘은 드라마네요. 이 드라마를 처음 본 건 아주 오래 전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일본에 있을 때도 아니었고 일본어도 못할 때였기에 자막이 있는 걸로 보았는지 어땠는지도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가물거리는 기억으로는 그 당시 기무라 타쿠야가 너무 멋있고 스토리가 너무 재밌다는 소문에 덩달아 보게 된 것 같은데... 아마도 이 드라마가 내가 본 첫 일본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음은 유학시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일본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해서 인기 드라마는 모조리 빌려 보았거든요. 그때는 일본어를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내용만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 며칠 몇 년 만인지도 모를 만큼 아주아주 오랜만에 [롱바케]를 무한 반복으로 다시 보고 있습니다.
1996년, 아직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지요. 집 전화기에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 집으로 돌아오면 그 메시지를 확인하는 정도랄까.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기도 하며 그래서 생기는 설렘이나 엇갈림까지.. 지금 보니 참 로맨틱했던 시절 같습니다.
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풀리지 않고 뭔가 막힘이 계속될 때는 신이 주신 방학, 롱 베케이션이라 생각하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되어줍니다. 실은 살아가다 보면 원하는 데로 일이 잘 풀릴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그럴 때는 너무 애쓰지 말고 온몸에 힘을 빼고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내 인생의 롱~ 베케이션이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고요.
피아노 앞에 앉은 기무라 타쿠야와 야마구치 토모코의 모습이 너무 예뻐 자꾸만 눈이 갑니다. 피아노에 살짝 비친 모든 것들까지. 세월이 그리 흘렀는데도 어쩜 이토록 사랑스러운 걸까요. 이 드라마가 첫 드라마 출연이었다는 마츠 다카코의 풋풋함도, 특유의 매력이 돋보이는 다케노우치 유타카도, 잠깐이었지만 미소년스러움 가득한 히로세 요코, 거기에 사운드 트랙까지 더하면 정말이지 어느 하나 트집 잡을 것이 없는 완벽한 드라마입니다.
함께 일하는 야마모토 상은 롱 베케이션을 매년 여름이 시작하기 전쯤 꼭 다시 본다고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딱 그때 봐야 제맛이라고요. 아마도 올 여름이 시작하기 전쯤에는 나 역시 다시 [롱바케]를 보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