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JR 신주쿠역은 출구가 크게
동, 서, 남으로 나눠져 있다.
신주쿠역의 모든 출구는 규모도 크고 복잡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미로 같고 번잡한 출구를 꼽으라면
단연 서쪽 출구가 아닐까 싶다.
그런 서쪽 출구에 또 큰 변화가 생겼다.
오다큐백화점 본점이 해체되어
서쪽 출구에서 남쪽 출구로 이어지는
샛길도 사라지고, 폐쇄 중인 출구도 많아
길은 더 복잡해졌다.
신주쿠역 주변을 비롯한 도로 재정비까지
이 모든 리뉴얼 공사의 전체적인 완성은
2040년을 목표로 한다는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그 복잡한 서쪽 출구에서도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오모이데요코초,
그리고 오모이데요코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심야식당.
서쪽 출구 쪽에 잠시 들렀다
가장 먼 길로 동쪽 출구 쪽까지 돌아오게 된 나는
오랜만에 심야식당의 오프닝을 떠올리며
그렇게 잠시 신주쿠의 거리를 걸었다.
신주쿠 동쪽 출구,
이곳에 오면 또 생각나는 곳이 있다.
재즈 깃사 DUG.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지하로 이어지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조금 이른 오후 시간은
금연석에서 즐기는 커피 타임이 좋다.
가게를 가득 메운 담배연기에
선뜻 용기가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의 제맛이라면
역시 메인 카운터 자리가 아닐까 싶다.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하게 하는.
DUG에서 나와 이세탄으로 가는 길에는
잠시 디스크 유니언에도 들러주었다.
기웃거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
신주쿠 나들이가
하루 동안의 일정은 아니었지만
또 이렇게 보니 하루 코스로 돌아도
그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틈틈이 일상 쇼핑을 즐긴 후
이번엔 이세탄 백화점에서
신주쿠 니초메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맥주 기분을 만끽하며.
낮 공연의 관객은 중년 남자들이
밤 공연의 관객은 외국인이 많아
낮과 밤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지만
둘 다 아주 멋지고 좋은 시간이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신주쿠 거리를
다시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남쪽 출구로.
어쩜 이곳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의 거리가 아닐까 싶다.
루미네 아래쪽에서도 뜨겁던 버스킹.
밤이 깊어갈수록 활기는 넘쳐나고.
언제나처럼 유용한
도쿄 메트로 24시간 티켓,
그리고
JR 신주쿠역보단 조금 여유로운 지하철역.
신주쿠산초메역에서 타는 마루노우치센은
의외로 한가로워 좋다.
내가 좋아하는 도쿄 지하철 넘버 3는
긴자센, 마루노우치센 그리고 치요다센.
오랜만의 귀갓길처럼
잠시 도쿄 일상을 만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