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스카이트리는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아마도 [퍼펙트 데이즈]를 보지 않았더라면
스카이트리 쪽 산책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때,
그러니까 도쿄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나
무엇을 해도 떠나고만 싶었던 그때,
그 영화가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스카이트리에서 느린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영화 속 히라야마 상 집에 도착했다.
파란 하늘에 대비되어 그런지
실제로 보는 그 집은
영화 속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다.
거리는 한적했으며
뜸하게 동네 주민이 오갔고,
그러보면 이 골목의 느낌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한참을 그곳에서 서성였다.
비록 자판기 자리에
보스 자판기는 없어졌지만
새벽녘 집에서 나와
카페오레를 손에 쥐고
올려다보던 하늘을 상상하기엔 충분했다.
스카이트리가 합성 사진처럼 보이는 동네,
신기하게 하늘이 잘 보이는 나지막한 동네,
그 이름 모를 동네를 느린 걸음으로 타박타박.
작은 영화 속 시간이었다.
보스 카페오레,
그 골목을 떠올리며 꺼내든 오후의 캔커피.
그러나 환상 속 캔커피는
나의 상상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두 모금은 마실 수 없는
이 극도의 달달함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나 더 있는 보스 카페오레는
아마도 이대로 영원히
책상 모퉁이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