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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Nov 29. 2023

길고 긴 광야에서의 겨울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내가 사는 곳은 해가 아주 일찍 지는,

어둠이 빠르게 찾아오는 곳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네시 반이면 이미 어둠이 내려앉는데,

아직 11월이기에 요즘 해는 4시 50분 즈음에 진다.

앞으로 당분간은 겨울 속으로 성큼 들어갈 날들이라는 뜻이겠지.


지난겨울도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그전 겨울도 아마 이렇게 지나간 듯하다.

또 그런 비슷한,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 내 앞에 놓여있다.


생활 자체는 매우 단조롭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으며,

공부를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 대로

우리는 각자 주어진 과제와 씨름하며

하루를 간신히 보낸다.


이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려면

필연적으로 이 겨울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한다.

견디면 살아남아 터널을 지나갈 것이고,

못 견디면 그저 중도에 하차하는 것이다.


시간은 누가 뭐래도 앞으로만 흐르니

내가 할 일은 좌절하다가도 다시 일어나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


그러니 어느 날 문득 슬프더라도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아도 되고,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에 동요할 필요도 없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해야 끝이 난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많이 힘들었으니

글로 적고 감정을 털어내 버리자.

내일의 나는 조금 더 행복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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