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8월이 되면 미국의 대학들이 일제히 개강을 한다.
그리고 남편의 박사과정 7학년이 시작된다.
혹자는 7학년이 존재하는 거였어?라고 놀랄지도 모르지만
박사과정은 더한 고학년도 수두룩하게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 글리의 명대사
"일 년 더 하게 됐다고!"
웃픈 짤을 첨부해 보며 이 상황을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작년 아파트 재계약 시즌에 우리는 겁도 없이 12개월이 아닌 10개월을 계약했다.
렌트는 1년 단위가 기본이라 2개월을 줄이는 바람에 렌트비 네고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작년에 그렇게 계약을 한 이유는 그 당시 생각으로는 내년 이맘때쯤 (그게 바로 지금)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을까 하는 불확실하지만 달콤한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후 올해 재계약 시즌에 우리는 다시 1년을 계약했다.
올해도 렌탈 회사는 무슨무슨 이유들을 들먹이며 렌트를 깎아주는데 박했다.
그 당시 우리는 또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저 계약이 무탈하게 되는 데에만 집중할 수 밖엔 없었기도 했다.
몇 년치 일기를 다시 되짚어보면 한 1, 2년 전부터 이맘때쯤
"우린 내년에 이사를 갈지도 모르니~" 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우리 가족은 아직도 같은 도시, 같은 공간에 머무른다.
그동안 무수한 행복회로와 좌절감을 맛본 터라 이제는 편안하게 받아들임의 상태에 들어섰다.
또 마음 한편엔 이런 생각도 함께 말이다. "내년엔 진짜.마지막.최종.찐.으로 이사를 갈 테니까."
나의 계획은 사실상 올해 7월까지 짜 둔 게 전부였다.
남편의 계획이 우리의 당초 계획과 멀어짐에 따라 나도 아카데믹 이어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플랜을 짜야만 한다.
지금은 무계획이 계획인 단계라고 해야 하나?
방구석에서 1년 남짓 공부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름대로의 소셜 활동을 하려고 하니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덜컥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 간장종지만 하게 있는 용기를
억지로 억지로 쥐어짜 내서 나의 comfort zone을 떠나 보려고 한다.
앞으로 잘 되는 일도 있겠거니와, 별로인 일들도 좀 있겠지만은
세상 살아가는 게 다 그런 거니까 일단 뭐든 부딪쳐보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어디서 봤는데 긴장감을 갖는다는 건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으니.
그 말을 되새겨보면서 새로운 일들을 벌여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