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단계 : 코어 바로 찾기

중추적 오르가즘을 위한 코어 인지

by 유주얼

‘코어’라는 단어가 엉뚱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Core’를 영어사전으로 찾아보면 명사로는

1. (사과 같은 과일의) 속[심]

2. (사물의) 중심부

라고 알려주면서 친절하게도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을 쪼갰을 때 씨가 들어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사과의 속심, 즉 코어에 해당하는 인체의 근육은 어디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복근이나 등 근육은 아니다. 이러한 근육들은 차라리 사과껍질에 해당하지 속심이 될 수는 없다. 복근과 등 근육은 알다시피 몸의 앞면과 뒷면 바깥쪽에 있는 근육이기 때문에 구조상 절대 코어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코어 강화’를 외치면서 복근이나 등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된다.


까다롭기는! 코어가 어디가 됐든지 간에 뭐든 딴딴하게 만들면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지 않겠냐고?

아니다. 코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 코어는 강화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코어는 중추적 오르가즘에 있어서 결정적인 부분이지만 우리 몸 전체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어는 인체의 몸통을 단면으로 봤을 때 가장 안쪽 중심부를 뜻한다. 실제로 인체를 상하로 보든 좌우로 보든 전후로 보든 어떤 쪽에서나 가장 안쪽에 해당하는 중심부에 근육이 존재한다.

이 근육의 이름은 가장 덜 들어봤을 것이고 어쩌면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왜냐면 이 근육은 이두박근, 활배근, 대둔근 같은 여러 근육들처럼 의도적으로 제어하면서 훈련시킬 수 있는 근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깊은 곳에 있어서 손이 닿을 수도 없고 닿아서도 안 되는 근육이다. 가장 중요한 만큼 가장 예민하며 가장 소마틱(Somatic)한 근육이다. 소마(Soma)란 자체적으로 인식하는 몸을 뜻한다. 따라서 소마틱하다는 건 자체적 인지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모든 근육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이 근육의 이름은 바로 '요근(Psoas)'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요근은 척추와 대퇴골을 연결하는 근육으로서 우리 몸의 가장 안쪽에 마치 비밀스럽게 숨어있는 듯 존재한다.


요근이야말로 우리 몸의 진정한 코어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요근이 어떤 상태인지 직접 알 수가 없다. 딱딱하게 뭉쳤는지 혹은 너무 무력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승모근이나 기립근처럼 만져보고 눌러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요근의 영향을 받는 모든 근육과 관절의 상태를 보아 짐작할 뿐이다.


요근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촉촉하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야 한다.

요근의 기능은 상체와 하체를, 외측과 내측을, 부속 골격을 축골격에, 앞쪽과 뒤쪽을 근막 관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다른 근육들의 주 기능은 수축이지만, 요근은 그렇지 않다.


요근의 주 기능은 ‘연결’이다.


따라서 몸이 어떤 상황이 되든지 적응하여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근은 가장 유연한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

유연하고 촉촉한 요근은 몸의 자세를 바르게 정렬하고 다양한 움직임들을 자유롭게 해준다.

몸 전체 에너지 흐름이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중심적 교차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중추적 오르가즘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성기에서 발아된 쾌감과 에너지가 온몸으로 확산되고, 특히 상체의 중심축에 존재하는 기의 통로를 따라 상승하는 데에 요근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일 성교할 때 남자가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봐도 여자가 그 에너지를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요근이 메마르고 딱딱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의 경우에도 성기의 쾌감이 몸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쾌감 자체도 금세 허무해져버린다면 요근의 문제일 수 있다.

요근은 매우 소마틱(Somatic)하기 때문에 그저 몸의 한 부속으로서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정서적 자극에 영향을 받으며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정서가 불안하거나 성격이 소심하거나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의 요근은 점점 위축되고 딱딱해진다.

이렇게 되면 요근 주위에 장기들까지 함께 굳어진다. 배를 만져보기만 해도 딱딱하게 뭉쳐있다. 풀어주기 위해 폼롤러로 지그시 누르기만 해도 엄청난 통증을 호소한다. 이렇게 안팎으로 온통 긴장되어 단단해진 몸으로는 여자도 남자도 온전한 섹스를 즐기기 어렵다.

그래도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오히려 성욕이 솟는 경우가 간혹 있다. 섹스를 통해 뭔가를 바깥으로 풀어내 버리고 싶다는 욕구다.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섹스는 기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유연하지 않은 상태로는 받아들일 수 없고 따라서 섹스도 불가능하다.

점점 경쟁적인 세상이 되어가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만큼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요근을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몸의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내 몸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내 몸은 내 것이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고, 명령을 내리면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몸의 치유가 가능해진다.

몸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몸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믿고 존중한다는 뜻이다.


내 몸은 내 소유라는 교만과 아집을 버릴 때, 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시작된다.

존중받지 못하는 몸은 회복의 의지가 약하다. 아이가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면 스스로 잘해내려는 능동적 의욕이 점차 사라지듯이 말이다. 반면 존중받는 몸은 스스로 변화하는 힘을 갖는다.

몸을 존중하는 방법은 '인지'다.


코어는 의지로 다스릴 수 없다. 코어는 강화시킬 수 없다. 코어는 스스로 존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코어를 ‘인지(認知)’하는 일이다.


고작 인지하는 것만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까 싶겠지만, 인지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데, 만일 어떤 사람에게 가장 큰 치욕을 주려면 그 사람을 투명 인간 취급하면 된다. 없는 셈 치는 것, 즉 ‘인지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 이해가 간다면 ‘인지하는 것’은 그 반대로 얼마나 선한 영향을 주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코어는 감각으로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집중하여 인지해야 한다.

해부도를 보면서 코어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식하면서 집중한다.

코어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해 본다.


어떤 움직임에서나 어떤 자세에서도 코어를 지속적으로 인지하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운동이나 요가 수련, 춤을 출 때에도 요근과 몸의 각 부분들이 연결되어 협응하며 서로 교감하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코어는 스스로 치유되어 촉촉한 생명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강(强)하다는 건 단단함이 아니라 유연함이다.


수분이 말라 딱딱해진 나뭇가지보다 촉촉하고 유연한 나뭇가지가 훨씬 더 질기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배를 바닥에 대고 팔다리를 모두 들어 올리는 수퍼맨 자세를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단단한 근육 때문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유연함 때문이다.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진짜 코어인 요근과 대화를 해보자. 이렇게 시작하면 어떨까?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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