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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얼 Dec 23. 2022

소설의 첫 장

사랑의 규칙 40가지 - 번역 (5)

달콤한 신성모독

장편 소설     



A. Z. 자하라         




서문      


종교적 충돌, 정치적 분쟁, 끊임없는 권력 투쟁으로 휩싸인 13세기는 아나톨리아(현재 튀르키예 영토)에서 격동의 시기였다. 서쪽에서는 예루살렘을 목표로 했던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와해시켰고 그 결과 비잔틴 제국은 갈기갈기 쪼개져 버렸다. 동쪽에서는 칭기즈칸이라는 군사적 천재가 나타나 고도의 전투력을 가진 몽고 군대를 이끌고 놀라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 와중에 튀르키예 부족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었고 잃어버린 영토와 부와 권력을 되찾으려 애쓰는 비잔틴 세력도 남아 있었다. 예견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으로 기독교인과 기독교인이 싸우고,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싸우고, 무슬림과 무슬림이 싸웠다. 어디를 돌아봐도 적의가 들끓고 고통이 몰아쳤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잘랄루딘 루미(Jalal Al-Din Rumi)는 이러한 혼돈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었다. 뛰어난 이슬람 학자인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울라나’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그 칭호는 ‘우리들의 스승님’이라는 뜻인 만큼 그를 따르는 수천 명의 제자들이 있었고 모든 지역을 망라하여 존경을 받았다. 그는 모든 무슬림을 비추는 횃불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루미와 샴스가 만난 것은 1244년이었다. 샴스는 데르비시(Dervish)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삶의 방식 때문에 이단으로 낙인찍혀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서로의 삶을 바꿔놓았다. 동시에 이 만남은 다음 수 세기 동안 많은 수피(Sufi)들 사이에서 ‘두 대양의 합일’로 비유되며 회자될 만큼 견고하고 독특한 우정의 시초로 알려졌다. 주류 성직자였던 루미는 특이한 동료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변화되어, 헌신적인 신비주의자, 열정적인 시인, 사랑의 옹호자, 데르비시의 황홀경 회전춤(수피댄스) 창시자가 되었으며 모든 규율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뿌리 깊은 편견과 독선이 내재된 시대였지만 루미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들 앞에 문을 열고 나섰으며 우주적 영성을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드(Jihad)를 ‘이교도에 맞서는 전쟁’으로 규정하며 바깥을 향해 투쟁했고 지금 현재도 그렇게 싸우고 있지만, 루미는 자기의 에고(Ego)와 맞서 싸워서 궁극적으로 극복해내는 승리, 즉 자신의 내면을 향한 지하드를 설파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모두에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이는 곧 모든 사람이 사랑을 위해 마음을 열지는 못한다는 뜻이었다. 샴스와 루미 사이의 강한 영적 결속력은 헛소문과 중상모략,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오해하고 시기했으며 비방했다. 결국 그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 의해 배신당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3년 만에 비극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절대로 끝은 없었다. 거의 800년 후 오늘날에도 샴스와 루미의 영혼은 우리 가운데 어디선가 춤을 추며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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