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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Aug 17. 2023

바질이 동생 소질, 모질, 구질. 삐질입니다.

순대 아님 주의



바질 성장 키트를 받았다.

일명 그로로팟

받은 씨앗은 바질로, 본명은 바질 슈퍼 스윗 제노비스라고 한다.

귀족 출신인가 왜케 이름이 긴 건지

암튼 바질 씨앗 10개를 받아 키우는 과정을 기록하면 된다.



꼼꼼하게 설명을 읽고 씨앗 심기에 돌입했다.

발아를 돕는 지피펠렛을 충분히 적셔 불리고 공평하게 씨앗 2개씩을 나눠 심었다.

그리고 딸이 두팀, 아들이 두팀, 내가 한팀을 맡기로 했다.

이제 이름 정할 차례



우리집 아이들은 뭐든 자기 식물들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특히 자기 이름 한 글자씩을 떼어 작명을 하는 통에 식(植) 남매 육아도 해야 한다.

암튼 바질에게도 이름을 붙여보자.

라임을 고려한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었고 선정과정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고화질? 저질? 차질? 무기질? 껍질? 등의 쟁쟁한 이름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리고 영광의 이름은 순서대로 바질, 소질, 모질, 구질, 삐질이 차지했다.

막상 이름을 붙여놓고 불러주니 미안한감이 없지 않다.

바질이, 소질이 (딸아이 선정)까지는 괜찮았는데 모질이, 구질이(둘은 아들 선정), 삐질이(내 픽)는 듣자니 꾀나 섭하겠다.


역시 이름은 막 지어 붙이면 안 되는 거다.

(삼천포 에피소드 → 대학 때 두학번 위에 이름이 김곰돌 이었던 선배가 있었다. 실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는데 손주가 태어났다고 기쁜 마음에 직접 출생신고를 하러 가신 할아버지께서 그만 이름을 곰돌이라고 올리셨다고 한다. 면사무소까지 가시던 길이 멀고 멀었는지 그 사이 약주를 하셨고 곱게 지어놓은 이름을 홀딱 까먹고 아명으로 집에서 부르던 곰돌이라는 이름을 떡하니 주민등록에 올리셨다는 것이다. 이 히스토리를 듣고 나니 더욱 출석 확인 때마다 웃참이 안돼서 꽤 힘들었다. 졸업 후 그 선배는 개명했다는 후문을 들을 수 있었다. )



이름까지 붙이며 정성스레 흙을 덮어 토닥토닥 씨앗 심기를 마무리했다.

2-3일이면 발아한다고 하니 힘차게 흙을 들어 올리며 까꿍 할 새싹을 기다려보도록 한다.

바질아, 소질아, 그리고 모질이, 구질이, 삐질이

잘자 !

곧 만나자 !


바질이 형제들
수분촉촉 발아 잘되라고 이불 덮어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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