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는 일요일 오전 무를 판매하는 무파니가 찾아온다.
이걸 구입해서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판매해야 하는데 하루 사이에도 오전 오후 가격이 다르다. 시세를 그때그때 확인해서 높은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그래서 무주식이라고 불린다.
무파니를 처음 만난 딸아이는, 일요일 아침에만 온다는 사실에 지금 아니면 못 사는 물건 같아서 생각보다 많이 사고 이제야 돈을 너무 많이 쓴 거 같아서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8살 인생 첫 사재기 !
난 게임이 백해무익하다 생각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러다 동물의 숲을 보면서 조금 생각이 변하고 있다. 초등 남매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 경제를 경험하고 있다. 게임도 잘 쓰면 독이 아니라 약으로 쓸 수 있다.
무파니에게 무를 사고 일주일 안에 판매를 해야 하는데 이때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내가 산 가격보다 하락할 수도 있고 무가 썩을 수도 있다. (딸아이는 개당 95벨에 400개를 구입했는데 무가 썩어버렸다. 그래서 38,000벨이나 들여서 샀는데 500벨에 넘겨야 했다. 손해가 막심했다.) 딸은 주식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딸아이는 썩은 무를 처분한 이후로 '썩으면 똥 된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아이들과 같이 동물의 숲을 열심히 하는 남편은 주중에는 늘 바빠서 게임에 접속하기가 쉽지 않다. 토요일이 돼서야 부랴부랴 접속했는데 가격이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고 무를 처분했다. 이를 지켜보던 딸이 '주식은 어렵구나' 읊조리고 있었다.
동물의 숲을 시작하면 내 집 마련을 위해서 너굴이에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때부터 대출의 숲 이다.
대출 받은 돈을 갚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일은 한다. 낚시하고, 과일도 따고, 화석도 줍줍 해서 팔아야 한다. 동물의 숲은, 대출이 숲이 되고 다시 노동의 숲도 된다.
"언제 돈 모아서 대출 갚아. 아 힘들다"
8살 딸아이의 한숨에서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될 줄이야
아들은 무파니에게 산 무를 높은 값에 팔아서 대출을 갚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작아서 큰 집을 위해 추가 대출도 필요하단다. 아들의 게임 이야기에서 현실 속 나를 만난다.
'아들아 과도한 대출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단다. 조심하길'
"기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물관에 기증하며 부엉이 관장이 감사 인사를 한다.
힘들게 모은 화석이나 물고기를 박물관에 기증할 수 있다.
팔아서 돈으로 만들 수 있지만 마을 박물관의 발전을 위해, 공동체와 나누기 위해 아이들은 기증을 선택한다.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기증하는 거야?"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잖아!"
평소 정기적인 아동 후원을 하지만 통장에서 바로 빠져나가니 아이들과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도 아이가 직접 기부 또는 기증을 경험하는 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게임에서 기증을 하고 있다. 가상이지만 나눔의 기쁨을 누렸으니 현실에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확장시켜야겠다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