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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r 17. 2017

동남아에 부는 커피 전쟁

베트남의 커피 시장

아침잠이 많은 사람들에겐 매일 아침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단 몇 분만이라도 포근한 이불속에서 단잠을 더 잘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이 주말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하곤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겠지요..

직장 생활 당시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사장님은 항상 느지막이 출근하시는 모습을 뵙곤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월급쟁이로써는 조금 부럽기도 했지요.

퇴사하고 자영업을 하게 되면서 꿈이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아이들 학교까지 보내고 붐비는 출근 시간을 피해 집을 나서고 사무실에서는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즐기며 눈치 볼 것 없이 인터넷 뉴스를 보는 삶이었죠.

지금 상황을 보니 뭐 대충 비슷하게 살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때 되면 자동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아닌 스스로 모든 것을 벌어가며 느끼는 어려움은 사업자로서 감당해야 할 당연한 몫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콜롬비아 바이어가 선물로 보내준 커피를 사무실에서 마시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커피 산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후안 발데즈(Juan Valdez)라는 브랜드는 콧수염을 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는 가상의 인물이 커피 자루를 매고 있는 당나귀와 함께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국립 커피 생산자 협회가 자국 커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로 협회 인증을 받은 커피만을 엄선해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 보니 멋진 아저씨가 미소를 짓고 있는데 매년 모델 선발 대회도 열린다고 하네요.

작년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콜롬비아 커피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후안 발데즈 카페가 생긴걸 우연히 보았는데 아직도 잘 판매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특유의 풍부하고 진하면서도 약간 신맛이 남아 있어 본연의 커피맛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 사무실에서 주로 마셔왔던 커피는 베트남 커피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선배분이 베트남에 30여 개의 유통 매장을 가지고 계셔서 베트남 특산물을 맛 볼 기회가 많기 때문이지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식 전통 커피는 사실 한국인의 입맛에서 보면 고급 커피가 아닙니다.

베트남의 주 생산 원두가 로버스타 종이기 때문이죠. 

이 원두는 다른 품종에 비해 쓴 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아서 원두 가공 시 커피 원두 본연의 맛을 그대로 강조하기보다는 다른 향과 맛을 가미하곤 합니다. 

베트남에도 우리 맥심(Maxim)과 비슷한 인스턴트(Instant) 커피가 있는데 거의 설탕이 3배 가까이 더 들어간듯한 맛입니다.

커피도 너무 진해서 커피 잔을 씻을 때 보면 컵에도 흔적을 남길 정도입니다.

 

그런데 베트남이 커피 수출국이란 사실을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베트남은 3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커피 원두 생산량의 0.1%만을 차지했지만, 현재 세계 커피의 20%를 담당하는 제2의 커피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2016년도 베트남의 원두 총생산량은 160만 2000톤이나 된다고 합니다.(자료원: USDA).

베트남 커피는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발음하기는 좀 어렵네요..

베트남 커피는 아라비카 원두가 아닌 로버스트 원두라 맛이 좀 떨어진다고 하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베트남에서는 스타벅스(Starbucks) 보다 로컬 커피 판매점의 매출이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스타 벅스의 높은 판매 가격 대비 그냥 순수하게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원인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베트남 내 카페 업계의 판매 수입 추이를 살펴볼까요?

참고로 아래 자료들은 모두 KOTRA 자료를 참조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주: 2015년 12 31일 고시환율 기준, 50조 베트남 동 = 2억 2,172만 달러

자료원: Euromonitor

베트남 내 카페들은 소규모 개인 카페들이 대부분이나,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미 대도시에 밀집돼 경쟁이 과열 중입니다.

Euromonitor와 KOTRA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베트남 내 최소 2만 5000개(프랜차이즈의 분점은 불포함)의 카페가 존재하며, 그중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브랜드(외국, 현지 모두 포함)는 160여 개나 된다고 하네요.


베트남 내 대표 브랜드 카페의 점포 개수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주: Trung Nguyen은 본사에서 투자한 점포 수만 추산(100개 이상)

자료원: 각 회사 홈페이지(KOTRA 보고서 참조)


베트남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분석한 현지 카페의 최대 경쟁력은 역시나 가격입니다.

외국 브랜드 카페(Starbucks, Coffee Bean & Tea Leaf, Caffe Bene)의 최저가 메뉴는 원두커피이고 가격은 5만~7만 동 선임(2500~3500)에 비해 베트남의 유명 현지 브랜드 카페(Highlands, Trung Nguyen, The coffee House, Phuc Long)에서 판매하는 음료 중 최저가 메뉴는 모두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베트남식 커피입니다.

최저가 메뉴의 가격은 3만 동(1500원) 전후이며 기타 음료의 평균 가는 약 5만 동(2500원)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커피 가격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놀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제가 어제 동네에서 마신 아메리카노 커피도 1000원에 불과했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얼마나 살기 어려워지는지 베트남과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요. 

한국에서 카페를 여시는 것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한 가격을 받으실 수 있으니 적극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외국 프랜차이즈 카페와 현지 프랜차이즈 카페의 소비자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주: 1) 커피 음료는 에스프레소 1샷을 기준으로 사이즈 구분, 2) 기본 우유 및 에스프레소는 최저가 음료 대상에서 제외,

3) 2017년 3월 13일 고시환율 1000동 = 50.4원

자료원: 브랜드별 자료(KOTRA 베트남 무역관 자료 참조하였습니다)


참고로 각 프랜차이즈 카페별 인기 메뉴도 살펴보시죠.

자료원: 각 카페 관계자 인터뷰(호찌민시 1군 지역 지점), 현지 언론 자료 종합


2010년 즈음 현지 언론은 베트남의 많은 커피 생산자들이 빈약한 원두의 품질을 맛으로 가리기 위해 커피 원두 가공 시 버터, 옥수수, 카카오, 대두 등 각종 재료를 첨가한다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사실로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소비자 인식 변화를 따라 생겨난 소규모 커피 전문점들은 신선하게 볶은 원두를 소비자 앞에서 직접 갈아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커피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현지 프랜차이즈 카페도 커피 원두의 공정 및 유입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커피 원두의 품질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요.


즉석에서 간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베트남 카페 사진입니다.

자료원: Coffee Bean SaigonDoi Song Phap LuatPhan Viet

한국의 커피 전문점 인테리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요.

자료원: Trung Nguyên Legend, Lozi, VnCafe


베트남에서 커피 전문점 사업을 하고 싶은 분들은 임대 비용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건물 임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일례로 호찌민시 최대 중심가인 1군에 소재한 2층 건물의 평균 임대비용은 월 7000달러 수준에 달합니다.


이번에는 필리핀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유로 모니터의 필리핀 커피 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2016년 동안 필리핀 커피 시장 매출의 99% 이상이 인스턴트커피라고 합니다.

<필리핀 커피 시장 매출 및 전년 대비 성장율>


필리핀 내 인스턴트커피 종류별 점유율 조사 결과 2015년도 기준으로 커피, 설탕, 크림이 함유된 3in 1 점유율이 전체 중 75.3%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산 인스턴트커피를 처음 접한 사람들 중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특히 러시아인들이 한국산 인스턴트커피를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도 유통망을 확보하고 홍보에 집중한다면 유망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필리핀 커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는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로 2015년 기준 전체 시장의 4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슬레를 포함한 상위 3개 사의 브랜드가 거의 96%를 독점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경제 구조가 항상 상위 몇 개 업체가 시장을 독과점 형태로 유지하는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수천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물류 시스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 채널 확보가 필수적인 시장입니다.

필리핀 커피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 추이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하더라도 절대 살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구름이 끼어 우울해 보이는 하늘 뒤에는 언제나 밝은 태양이 있음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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