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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an 26. 2022

인생이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감사하며 살 수 있는가

오래된 서랍장을 정리하다 무려 32년 전 취득했던 아마추어 무선기사 자격증을 발견하였다.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 보니 중학생 때 취득했었구나. 나는 당시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까. 기억은 허공에 흩어졌지만 추억은 방울 속에 단편으로 남아 아직도 무의식 속 어딘가에서 싹을 틔우길 기다리며 잠자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찬란했던 청춘 시절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에 적응해 간다는 자기 합리화로 언제부터인가 꿈을 잊고 있었던 걸까.


90년대 중반까지 인터넷이 없던 시절 무선 통신은 세상의 저편 누군가와 대화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수단이었다. 거대한 은하수가 펼쳐진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에서 마이크를 잡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과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낭만은 갑작스레 등장한 인터넷의 빠른 보급과 함께 익명 채팅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소리는 사라지고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따스한 말 한마디의 가치는 사진 한 장의 위력에 밀리고 만다. 어느샌가 욕망으로 변해 버린 공간에서 나의 낭만주의는 퇴출되고 말았었구나.

  

김하늘/유지태 주연의 영화 <동감>에서 다른 시간 속에서 같은 사랑을 꿈꾸는 배우들은 시공을 초월한 무선 통신으로 이어져 있다.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던 인연 속에서 영화는 지금 다시 보아도 감동적이다. 어쩌면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이대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할  있는 걸까.


살다 보면 모든 것에 무기력해지고 인생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성실함이 자랑이던 사람들은 퇴사하면서 '팀장님'과 같은 조직 내 직급으로 불리던 역할이 사라지고 온전히 '아무개 씨'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으며 위기의식을 가지게 된다. 허무하거나 혹은 소외되었다는 생각이 몸으로 드러날 때 손바닥에는 땀이 나고 심장 박동은 불규칙해지며 늙음은 이제 벌(sin)과 약점이 된다. '젊은 게 벼슬'이라는 속담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심리적 변화라고 치부하기에는 늙어간다는 사실이 실체적 고통이 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갈수록 왜 인생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것일지 원인을 생각해 본다. 그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에 있는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공부가 학생의 미덕이라고 배웠을 뿐이고 사회생활에서는 직장에 충실한 것이 직장인의 덕목이라고 배웠을 뿐이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 기준이고 목표가 될 때 자신은 사라지고 비교만 남는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10년 계획으로 귀촌을 준비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조경과 건축설계를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 덤으로 국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언제쯤 비밀의 정원과 삶의 휴식이 되어 줄 치유 농장을 설계하고 조성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꿈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다. 삶이 계속되는 한 언제나 그랬듯이.

국가 자격증을 신청해 실물로 보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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