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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y 04. 2022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다? 정말?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에 할 일이 없게 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도심의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잘 자라지 않지만 숲 안에서 잘 크는 꽃이 있다. 튤립, 수선화, 은방울 꽃등 등. 어느새 성큼 봄을 맞이한 거리에는 벚꽃이 흩날리며 철쭉과 개나리가 왕벚나무를 호위하듯 분홍과 노랑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어딘가 시골의 숲에서는 은방울꽃이 피어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겠구나 싶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를 찾아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은 이유는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폭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다. 8%를 상회하는 미국의 소비자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에서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0.75% 금리 인상도 고려중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면서 주식과 코인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은 지속적인 폭락 중이다. 금리 인상 자체는 코로나로 인해 시중에 풀렸던 막대한 유동 자금을 회수하면서 발생하는 필요악이다. 하지만 파티가 시작되는 동안 춤을 멈추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작년 말부터 금리가 인상될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괜찮겠지 하는 욕심이 투자를 투기로 변질시켜 속절없이 마음만 상하게 한다. 혹시나 하지만 역시 나인 인생에서 손실 또한 지나가리라 위안하며 숲길을 홀로 걸어 본다.


사실 구조화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서민들이 쉽게 돈을 버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거대 자본이 쉬지 않고 먹잇감을 찾아 울부짖는 정글에서 무턱대고 달려들다가는 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달콤한 꿀의 유혹에 빠진 개미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오면 꿀단지는 어느새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이 된다. 


두려움이라는 괴물이 깨어나 활보하는 투자 시장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노력하면 더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어려울수록 천천히 숲 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해본다. 


요즘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수행하는 귀농 귀촌과 힐링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봄에 씨를 뿌리기 위해서 겨울 내 준비를 하는 현명한 농부처럼 시장에서도 조급하게 하루의 삶에 연연하지 않고 더 좋은 씨앗으로 개량하는데 힘을 쏟아야 하겠다.  때로는 그저 한가로운 강가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기다리는 강태공도 좋을 것이다.  여름은 언제나 그렇듯이 무심히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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