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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Oct 06. 2023

세계의 특산품: 러시아 인형- 양파처럼 벗겨져가는 삶

여름에서 가을로 날씨가 급변하면서 창 밖에서 살랑거리기만 하던 바람이 어느새 제법 쌀쌀한 가을 삭풍이 되었다. 날씨가 확 변해서인지 아니면 그저 몸이 허약해져서인지 갑자기 잠이 쏟아질 때가 많아졌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을 보다 눈만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어느새 재생이 종료되어 있을 때도 있다. 한참을 잔 것도 아니고 대게는 10분 이내다. 


이런 짧은 순간에도 가끔은 꿈을 꾼다. 꿈속에서의 나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상한 현재를 살아간다. 평형 우주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현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반면 현실과 비슷하지만 분명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꿈 속에서의 나는 안갯속에 사는 유령처럼 흐릿한 형상으로 꿈속에서조차 막연할 뿐이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는 인형 안에 또 다른 인형이 존재한다. 내면 속 실체가 드러날 때마다 크기는 작아지기는 하지만 동일한 표정을 간직한 인형들.. 


미래의 내가 삶의 궤적들을 한 꺼풀씩 벗겨 나갈 때 현재와 과거의 내가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남았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하바롭스크에서 기념품으로 사 온 러시아 인형들>

비단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사회 또한 미래 세대가 역사라는 도구를 통해 껍질을 벗길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과거 군사 정권 시절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다. 대통령 험담만 해도 잡혀가고 해외여행도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시대였지만 그게 문제란 인식 조차 하지 못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통제 사회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유와 인권이 억압받는 사회가 불편하다고 인식했던 소수의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권력자들에게 탄압받았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욕 했던 시기였다.


민주주의란 설령 나와 관점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독재 체제에 저항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어리석거나 잘못된 건 아니다. 


세상은 정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최선의 체재라고 생각하지만 미래에는 솔직히 어떤 체제가 더 나을지도 알 수없다.


그럼에도 역사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삶을 마감할 때 후회 없기를 바라는 것처럼 국가나 정치도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의 후손에게 겸손해지기를 바란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흠집 내기에만 정신없는 정치 세력들의 험한 말들이 매일 뉴스에 쏟아지고 있다. 말에는 힘이 있어서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너 못 낫다', '너는 형편없어'라는 말들을 남발하다 보면 은연중에 자존감이 깎여나간다.


사랑하는 마음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말로 표현해야 한다. 세상 어느 누구도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말을 하지 않으면 알아줄 사람은 없다. 


정말 국민과 나라를 사랑한다면 말이라도 예의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불리해지면 말을 바꾸고 책임을 떠 넘기는 사람들은 제발 이 땅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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