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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07. 2023

기념주화로 보는 세상: 홍범도 장군 역린을 건드리다.

나를 포함해 세상 거의 모든 이들이 내면에 다양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콤플렉스(complex)는 정신분석학의 개념으로 사람의 마음속의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힘의 존재를 의미한다. 마음속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열등감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면 콤플렉스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심리적 외상이라 불리는 트라우마(trauma)로 이어지면 회복이 정말 쉽지 않다. 


콤플렉스는 어떤 의미로는 역린이라는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용의 몸에 붙어 있는 81개 비늘들 중 딱 하나, 목 아래에 거꾸로 붙어 있다고 하는 비늘로, 일종의 급소를 '역린'이라고 한다. 주로 최고 권력자의 격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일컫어 역린을 건드린다는 말을 쓴다. 즉 건드리면 죽는다. 


최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는 조금 괴이하다. 마치 누군가의 역린을 건드린 것처럼 모든 것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토론도 없이 빠른 속도로 실행된다. 그리고 억지 괘변식 논리를 전개하며 질문하는 상대방에게 오히려 공부를 하라고 큰소리친다. 그들은 정말로 전문가를 통한 공부를 하고 나서 하는 말일까 싶어 사실을 점검해 보면 논리적 허구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힘센 권력자의 역린(역린이 아닌 오기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당장의 자신을 속이는 것은 마치 포식자 앞에서 머리만 땅 속에 숨기고 엉덩이만 하늘 높이 들어 올린 타조와 비슷하다. 살아남더라도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자리를 박차고 달리는 당당함은 이미 날려 버렸다.


나는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힘들어 역사는 잘 알지 못한다. 진실은 하나이지만 상황에 따라 역사적 해석이 다양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역사 속 존경하는 위인에 대한 개인적 원칙은 있다. 그것은 어떤 목표를 위해 객관적으로 그가 얼마나 정의로운 목표 아래 희생하고 헌신해 성취를 이루었느냐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다. 


아무리 성실한 성인군자라도 좋은 결과가 없으면 존경받기 힘들고 또 엄청난 성과가 있더라도 그 삶의 과정에 정의와 헌신이 없었다면 위인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최소한 기록이 있는 독립운동가들은 이념에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부동시나 두드러기와 같은 사유로 국방의 의무도 수행하지 않던 자들이 권력을 잡고 군대를 통솔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슬프지만 인정한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목표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을 자신의 콤플렉스로 인해 모독하는 행위는 진정 부끄러울 뿐이다.

<‘청산리 대첩 승전 100주년 기념’ 금화>

사실 진짜 우려가 되고 암담한 것은 독립 유공자에 관한 예우가 아니다. 장기간 지속될지 모를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세대 간 지역 간으로 분열되면서 국운이 쇠퇴해 가는 것이다. 국력은 경제, 국방 및 문화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선진국으로 불릴만한 위치에 올라와 있다. 미국-일본과의 삼각 동맹을 통해 국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그동안의 국력 신장의 결과물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미국과 합심한 유럽 연합과 이에  눈치를 보는 중국과 인도등 이른바 브릭스 세력이 있다. 일본은 이미 미국에 충견이 돼있고 인도는 박쥐가 되어 이익을 챙기고 있다. 핵심은 결국 누가 세계의 주인인가 하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열강들은 국익을 위한 치열한 전쟁 중이다. 


국제관계는 침팬지의 세계와 비슷하다. 힘센 수컷 앞에서 이인자와 삼인자끼리 똘똘 뭉쳐 다니다가도 이해관계가 틀려지면 어느 날 밤에 한 마리를 처참하게 찢어 죽여버리는 끔찍한 동물세계와 같다. 우리가 일정한 수준의 힘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이익을 주지 못할 때 언제든 버려지고 그 결과는 처참할 것이다. 화합을 멀리하고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경계해야 할 때이다.


주인은 앉아만 있어도 누군지 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주인이 없으면 시정잡배들로 소란스럽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인가.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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