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밤에 술에 취한 이순신 장군과 420년 후 한국

보름달이 비치는 누대 위에서 술에 취하셨던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다

by 디지털전사

추석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 올랐습니다.

먹구름이 잔뜩 낀 아래에서는 소나기라도 내려 행여 옷이라도 젖을까 걱정하지만 구름 위 세상에는 인간의 감성과는 아무 상관없이 달과 태양 그리고 별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북핵 위기로 야기된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마냥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1597년의 한가위에도 보름달은 여전히 떠올랐지만 아마도 조선 건국 이래 가장 슬픈 보름달을 맞이한 날 중에 하루가 아닐까 합니다.

휘영청 달 밝은 그 하루 동안, 전북의 남원성에서는 1만 명의 백성과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왜군과 처절하게 싸우다 죽어갔습니다.

경남 함양의 황석 산성에서도 조선 관군과 백성들이 왜군과 싸우다 전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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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바로 이날 선조의 수군 철폐령이 이순신 장군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해 7월 16일 칠천량 해전의 패전 후 조선의 무관들은 병을 핑계로 고향으로 달아났고, 관직에 제수된 벼슬아치들은 임지에 부임하지 않고 일부러 파직을 자처하는 등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습니다(‘선조실록’)

이런 조선의 상황에서 패전 후 간신히 살아남은 수군을 수습하며 민심을 추스르던 이순신 장군에게 선조의 명령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1597년 8월 15일, 전남 보성에서 임금의 명령을 받은 이순신은 그날 밤 보름달이 밝게 비치는 누대 위에서 술에 크게 취했습니다.(‘난중일기’에서 발췌)


당파 싸움의 희생양으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을 당하고 이제 복직한 지 겨우 십여 일..

전쟁의 와중에 왕의 자리가 위협받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편집증적인 강박 성향을 보이던 선조의 명령을 거부한다는 것은 분명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선택했고 그의 선택은 전쟁의 향방뿐만 아니라 조선의 운명까지 바꾸었습니다.


보름달 밤 누대 위에서 술에 취하셨던 그 날로부터 420년이 흘렀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2017년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선택을 하여야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자신을 늙다리 깡패라고 공격하자 맞받아친 거죠.

특히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할 경우 미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습니다.

유엔(United Nations)을 통한 경제 및 외교 제제뿐만 아니라 군사 행동에 대한 경고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괌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B-1B 2대와 일본의 오키나와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F-16 전투기 6대를 포함한 8대의 전투ㆍ전폭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공중 급유기 2대와 폭격 확인 임무를 띤 특수부대가 탑승한 수송기, 특수부대 귀환 작전을 위한 헬기까지 합치면 무려 12대의 군용기가 NLL 부근에서 미군만의 단독 작전을 벌인 셈입니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그리고 주변국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보는 시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판이하게 다를 수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놀라게 될지도 모르지요.


먼저 미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동북아에서 미국의 최대 관심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며 흔들림 없는 패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묵인한다는 것은 미국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유사시 미국 본토가 공격당할 수도 있게 되고 더하여 이란을 포함한 다른 적성 국가들에게도 아주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에서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의 군사 배치가 완료된다면 북한은 군사비를 경제 발전에 전용할 여유가 커지게 됨으로 차츰 경제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생각보다 급격한 미국의 영향력 축소는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을 막기 위한 한미일의 군사 동맹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도 걱정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은 실제로는 미국의 상대가 되기에는 아직도 한참 부족 하지만 잠재적인 영향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중화사상으로 군림했던 중국은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쟁취하는데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일대 일로라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로는 어림 잡아 6~7개국은 되는 아시아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센카쿠 분쟁, 인도와의 영토 분쟁,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남중국해 분쟁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와도 이어도 영유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동북 공정 등을 통한 역사 왜곡 문제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실 중국의 무서움은 일당 독재가 가능한 공산국가의 정치 시스템과 급격한 경제 성장에 현혹된 현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애국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중국의 입장은 차라리 북한 정권이 몰락하고 그 영토를 차지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량의 난민 발생과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에 중국의 선택은 결국 북한 정권의 안정적 유지하면서 점진적 붕괴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 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입장은 설령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자국 영토에 미사일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입니다.(하지만 최악의 경우 북한의 자살 공격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예전 한국 전쟁과는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2차 대전의 족쇄라 여기던 평화 헌법을 폐기하고 강력한 군대를 양성할 명분을 얻을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및 경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임계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긴장감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까 합니다.


러시아의 입장은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장기적으로는 낙후된 극동아시아 개발을 주도할 동력을 북한을 볼모로 끌어내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덤으로 군비 경쟁이 격화된 동북아와 아시아 국가들에 무기 수출도 많이 할 수 있겠지요.


어려운 국난의 시기,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순신 장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왕에게 올린 장계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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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군을 전폐시키는 일이야말로 적에게 다행한 일입니다. 적은 호남과 충청 연해를 거쳐 한강까지 도달할 것이니 이것이 신이 매우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비록 전선 수가 적다 해도 미천한 신은 아직 죽지 않아 적이 감히 저를 모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순신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어려운 길을 선택했듯이 우리의 지도자들도 쉬운 길이 아닌 죽으면 죽으리라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먹구름을 뚫고 나타난 10월의 밝은 달 빛 아래에서 옛 친구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은 밤에 적막함만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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