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쁜 편지 # 16
나는 그대가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내 마음은 망망대해에 떠올라 있는 조각배 같아서
가벼운 파도에도 자꾸만 일렁인다.
밤이 오면 우울함에 잠식당한다.
내게 빛이라고는 검고 깊은 바다 위의
둥그런 달 하나뿐인데,
그 조그마한 녀석이
어찌나 노랗고 밝은지
나는 우울함 속에서 희망을 본다.
나는 오로지 그 달빛을 보기 위하여
육지를 찾지 않고 조각배에 앉아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큰 파도를 불안해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대가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아아, 나는 또 이렇게 사랑에 빠지는구나.
또다시 인간에 기대어 살아가는구나.
불안함 속에 희망만을 바라보며,
어두움 속에 빛 조각을 바라보며.